초대형 천체망원경, 우주신비 파헤친다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천체망원경으로 우주의 비밀을 파헤친다.』

끝없이 넓은 우주. 인간은 우주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한 태양계조차 벗어나보지 못했지만 초대형망원경을 이용해 수십억광년 너머도 바라볼 수 있다.

올 1월 완공된 일본의 수바루(SUBARU)를 비롯해 유럽우주기구(ESA)의 초거대망원경(VLT), 미국의 쌍동이 천체망원경 케크(Keck)Ⅰ·Ⅱ, 미 항공우주국(NASA)이 자랑하는 허블우주망원경 등이 세계적으로 손꼽는 최첨단 망원경들이다.

▽수바루 천체망원경〓 일본 국립천문대(NAOJ)가 91년부터 4천억엔을 투자해 하와이 빅아일랜드섬 최고봉인 마우나 케아산 정상에 건설, 올 1월 8년만에 완공했다. 렌즈 직경은 8.3m. 벌써부터 지상 6백㎞ 궤도를 돌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뛰어난 화질의 천체사진을 쏟아내 세계 우주과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세계 최초로 렌즈 전체가 하나의 거울로 이뤄져 그 어떤 천체망원경보다도 관측자료가 선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거대망원경(VLT)〓 유럽우주기구 산하의 유럽 남천문대(ESO)가 세계에서 천체 관측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알려진 칠레 파라날에 건설중인 천체망원경. 현재 일부가 완공돼 천체 관측을 하고 있다. 2006년 완공 예정으로 직경 8.2m짜리 망원경 4기와 직경 1m짜리 보조망원경 3기를 갖춘 메머드급 망원경. 현재 가동중인 8.2m짜리 망원경 2기도 우주관측자료를 이미 내놓고 있다. 8.2m짜리 망원경 4기는 독립 관측은 물론 공동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 유럽 남천문대는 “최종 완공되면 선명도가 직경 16m 단일렌즈 망원경의 성능과 맞먹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쌍동이 케크망원경〓 렌즈 직경 10m로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천체망원경. 수바루망원경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케크망원경 Ⅰ은 93년 하와이 마우나 케아산 정상에 세워졌고 케크망원경 Ⅱ는 바로 옆 자리에 96년 만들어졌다. 두 개의 망원경은 각각 직경 1.8m짜리 육각형 렌즈 36개를 벌집 모양으로 합쳐 놓은 구조. 세계최대 크기의 렌즈에도 불구하고 차세대망원경으로 떠오른 수바루와 초거대망원경에 비해 선명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위성 망원경 허블(HST)〓 40년대에 처음 우주망원경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온뒤 70,80년대에 제작되고 90년 하늘에 띄워진 세계 천문학계의 역작이다. 직경 2.4m의 천체망원경과 함께 적외선 관측장치 등 각종 첨단설비가 장착돼 있다. 90년 4월 25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된 뒤 지구 상공 6백㎞의 저궤도를 돌면서 천체관측을 하고 있다. 렌즈가 2.4m에 불과하지만 우주공간에 떠있는 만큼 지상의 기후나 오염, 광(光)공해 등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 각종 첨단 관측장비까지 갖추고 있어 세계 천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와이 마우나 케아산에 수바루와 케크망원경이 위치한 것도 대기오염과 구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해발 4.2㎞의 정상에서 우주를 관측할 수 있기 때문. 이 곳에는 이들 망원경외에도 캐나다 프랑스 합작의 하와이망원경(CFHT), 영국의 적외선망원경(UKIRT), 미국 등 선진7개국이 공동 건립중인 제미니노던망원경 등 모두 10여기가 몰려있다.

▽우리나라는 망원경후진국〓 국립천문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설 천문대가 보유한 천체망원경은 78년 소백산천문대에 설치한 0.6m짜리와 96년 보현산천문대에 세운 1.8m 천체망원경이 고작이다. 이는 멕시코(6.5m) 인도(6m) 중국(4m)의 천체망원경에 비해서도 크게 뒤진 것. 이 때문에 헤일―봅위성, 슈메이커레비혜성 등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천체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외국 천문대로부터 관측자료를 빌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수년전부터 직경 6m급 천체망원경 건설을 추진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이 때문에 국내 천문학자들은 “21세기 우주개척시대에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초대형 망원경 건립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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