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표준산매가 판결]특효약없는 「약값 공방」

  • 입력 1997년 10월 31일 19시 40분


서울고법이 「공장도가격보다 싸게 약을 판 약국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이른바 「표준산매가」의 폐지를 주장해 온 일부 대형약국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의 한 약사는 이미 5월에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약사법 관련규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또 의료개혁위원회가 최근 「표준산매가 하한선 폐지후 전면 폐지」 방침을 결정한 가운데 이같은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표준산매가 제도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표면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 89조는 약국이 공장도가격 이하로 약을 팔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값을 자율화할 경우 약국들의 과당 경쟁에 따라 약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형약국들이 도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대형약국들은 『표준산매가 제도때문에 국민은 연간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공장도가격 이하로도 약을 팔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논쟁의 이면에는 기형적인 약품유통체계가 놓여 있다. 현재 표준산매가는 제약협회내의 의약품가격관리위원회에서 제약업체가 제출하는 원가계산서 가격조정사유서 등을 토대로 동일성분의 다른 약품 가격과 비교심사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표준산매가는 유통마진을 포함,공장도가격의 142% 이내에서 책정되며 제약업체는 공장도가격의 20%까지 할인해 납품할 수 있다. 즉 공장도가격이 70원인 약의 표준산매가는 최고 1백원. 제약회사는 최저 56원에 납품할 수 있다. 그러나 약국은 현행법상 70원 이하로는 판매할 수 없다. 약국은 56∼70원의 가격으로도 마진을 얻을 수 있지만 최저가격 기준에 묶여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고 있다는 것. 그러나 표준산매가의 폐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허기간이 지난 외국약품을 그대로 베껴 약품의 질보다는 판촉에 승부를 거는 우리 제약업계의 현실에서 표준산매가의 폐지는 과도한 덤핑경쟁만을 야기할 뿐이라는 것. 약값 결정을 자율화할 경우 이윤폭이 큰 약품만 생산 유통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소비자에 대한 신뢰유지 △의약품에 대한 일반인의 정보부재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이윤보장 등의 요인을 다각적으로 감안할 때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일부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표준산매가 제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가격감시로 실제판매가격과의 차이에 비례해 표준산매가를 낮춰 가격거품을 없애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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