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 19명이 늦깎이 컴퓨터 학습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주최하고 있는 제1회 여성정보 최고경영자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 19명은 직접 기업을 이끌거나 재계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남편을 둔 중년 여성들.
4개월 코스로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교육실에서 개강한 여성 지도자과정은 「정보화 사회에서의 기본적인 지식과 교양 습득」이 목표.
교육 시작때만 해도 「클릭」이 무슨 말인지 모를 만큼 완전 초보였지만이제는모두가키보드를 두들기며 타자속도 경쟁도 하고 게임을 즐기는 정도까지 됐다.
중앙산업주식회사 이숙희(李淑姬·44)사장. 생맥주를 저장하는 특수용기인 케그(Keg)용기 생산으로 남자직원 30명을 「거느리고 있는」 이사장은 지금까지 남몰래 속앓이를 해 왔다. 일에만 매달리느라 미처 컴퓨터를 배우지 못해 회사에서 컴퓨터 얘기만 나오면 금세 기가 죽었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다.
『솔직히 엄두를 못냈습니다.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엔 용기가 없었어요. 경영을 해본 사람들은 느끼듯이 이젠 구멍가게를 해도 컴퓨터 모르고선 안되는 시대입니다. 경영의 새로운 지평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사장은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해외정보를 수집하고 온라인 회사홍보를 강화해 사업영역을 넓히고 수출을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세림제지 이동윤(李東潤·47)사장의 부인 남정우씨(44)는 남편 자식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컴퓨터 얘기만 나오면 「꿔다놓은 보릿자루」였다.
『컴퓨터를 배우는 게 너무 힘들지만 유학중인 아들과 인터넷으로 1,2분만에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용기를 더해줍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각오입니다』
수강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집값을 알아보거나 타던 차를 팔려고 할 때, 그 밖에 많은 경우에 있어서 주위 사람들을 귀찮게 했지요. 알고보니 컴퓨터만 있으면 집에 앉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보인데…』
이번 과정에 참여한 여성들은 제각기 하는 일은 달라도 『사회 변화의 흐름에 가정과 사회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나성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