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속 귀신이야기,기상천외한 신세대 기지 『번뜩』

  • 입력 1997년 9월 9일 07시 57분


「제사상에 나타난 할아버지 귀신은 차린 음식을 정말로 드실까」. 「얼마전 죽은 친구를 학교에서 보았다」. 「우리집은 살(煞)이 끼었는지 최근 세차례나 도둑이 들었다」.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한여름밤의 귀신 이야기가 쑥 들어가야 할 요즘에도 PC통신은 미스터리에 관한 얘기들로 꽉차 있다. 귀신 혼령 살 초능력…. 고리타분한 어른들의 유물인 듯 황당하게만 느껴지던 이런 이야기들이 「신세대」란 옷을 입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기숙사의 한 학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이후 이 학생이 쓰던 침대에서 잠자던 학생들은 한밤중 천장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는 눈동자에 놀란다. …대담한 학생 하나가 나타난다. 문제의 침대에서 그는 자신의 손목을 잡아끄는 죽은 학생의 꿈을 꾼다. 「난 끄떡없어」. 무심코 내려다본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의 손목에는 새빨간 손톱자국이 남아있었다.…』 「같은 손톱자국이…」라는 제목의 이 단편소설은 PC통신 「사이버 문학」코너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 지난 7월중순 PC통신에 오른 지 하루만에 5백회에 가까운 조회 횟수를 기록할 정도였다. 갓난아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생모와 양육모간의 끔찍한 싸움을 그린 「썩지 않는 아기」도 네티즌의 클릭을 하루새 6백50여회나 「사정없이」 받은 「명작」이다. 귀신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은 PC통신 어디에서나 모니터를 통해 튀어 나온다. 이에 따르면 귀신의 모습은 죽을 당시의 정황으로 결정된다는 게 정설. 독약 먹고 죽은 귀신, 붕괴사고로 압사한 귀신에서부터 원자폭탄에 희생돼 죽은 귀신까지, 죽은 원인에 따라 귀신의 끔찍함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귀신은 물을 많이 먹었기에 모두 배가 불룩하다는 것. 강이나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았다 오랜 기간 뒤에 발견된 시체의 귀신은 피부가 변색돼 누르께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음은 귀신에 대한 기상천외한 일문일답. 문〓제사상에 나타난 귀신은 제사 음식을 먹을까. 답〓먹는다. 하지만 음식의 기(氣)만 먹기때문에 제사음식은 언제나 맛이 없다. 문〓귀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답〓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즐겨 찾는다. 귀신은 살아 생전의 집착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오징어같은 마른 음식은 싫어한다. 말라 비틀어져 기가 없기 때문이다. 문〓귀신의 패션은 어떤가. 항상 흰 소복만 입을까. 답〓아니다. 귀신은 언제나 죽을 당시의 옷을 입는다. PC통신에는 귀신 이야기와 함께 초능력도 인기다. 「초능력의 세계」코너엔 초능력을 소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하우까지 소개될 정도. 귀신잡이 세일즈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PC통신에는 「당신에게 붙은 귀신이나 살을 쫓거나 잡아드립니다」는 광고까지 흘러다닌다.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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