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환자 원숭이골수 이식 회복세…수술 부작용 우려도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李奇雨기자」 그동안 미국 등에서는 「백약이 무효」인 에이즈 말기환자에게 의료계의 「상식」을 뛰어넘는 치료와 시술이 심심치 않게 시도돼 왔다. 비비원숭이의 골수를 에이즈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 에이즈에 저항력을 갖고 있는 비비원숭이의 골수를 환자에게 이식할 경우 에이즈 면역세포를 자연스럽게 옮겨 심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 비비원숭이의 골수를 이식한 한 에이즈 말기환자가 급속히 건강을 회복하는 「사건」이 발생, 의학계 등이 이의 원인규명을 놓고 의론이 분분하다고 외신이 전했다. 제프 게티란 이 환자는 지난해 12월에 이식수술을 받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에이즈 말기환자에게 찾아볼 수 있는 만성적인 천식이나 피부발진 및 폐렴증세가 씻은 듯 사라졌다. 게티는 체중도 15파운드(7㎏)나 늘었고 울근불근한 이두박근까지 생겼다. 해발 7백60m의 산도 거뜬히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식수술을 통한 에이즈 치료법에 대해서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이종(異種)간」 이식수술은 그 부작용이나 휴유증에 관한 의학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신중론이 그것. 또 게티의 경우 이식수술 뒤 2주후에 행해진 조직검사 결과 몸에서 비비원숭이의 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돼 에이즈 치료효과도 극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애호단체에서는 『치료효과는 매우 불분명한데 반해 한마리의 비비원숭이가 희생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같은 시술이 몰고올 여파를 우려했다. 게티의 이식수술에 참여했던 의료진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잔 일드스태드박사는 『비비원숭이의 세포가 이식초기에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를 공격하거나 게티의 면역세포에 에이즈 저항력을 심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스티븐 디크박사는 『이식수술보다는 게티와 같은 에이즈 말기환자에게 금기시되는 화학요법과 방사능요법을 과감히 적용한 것이 회복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게티는 『원인이야 어찌됐든 이식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된 것만은 사실』이라며 『1,2주일 단위로 꾸몄던 인생설계를 이제는 2,3개월 단위로 늘려 잡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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