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도전하는 첨단/광통신]미국 벨연구소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4분


「머레이 힐(미국)〓金昇煥기자」 2000년에는 광섬유 몇가닥으로 세계인이 동시에 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몽상가의 꿈이 아니다. 몇년안에 다가올 현실이다. 미국 뉴저지 머레이 힐에 위치한 벨 연구소의 광통신 분야 연구원들은 이같은 전제 아래 연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광섬유가 통신선으로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등장한 것은 지난 70년대 초반. 벨 연구소가 처음 도입한 것이다. 그 후 20여년 동안 광통신망 전송능력은 1만배나 커졌다. 벨 연구소는 현재 초당 1테라비트(1조비트)의 정보를 전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광섬유 한 가닥으로 2천만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00년에는 이 시스템이 상용화되고 발전해 용량이 1백배 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섬유 한가닥으로 20억명이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섬유는 속이 비어 있는 실과 같다. 그 속에 레이저 빛을 쏘아 데이터를 실어보내고 유리나 플라스틱이 정보를 싣고 달리는 빛을 보호한다. 처음에 나타난 광통신망은 광섬유 한가닥에 한번 빛을 쏘아 보냈을 뿐이다. 그러나 벨 연구소는 광섬유 속에 다양한 파장을 가진 빛을 동시에 통과시켜 정보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구상했다. 파장이 각기 다른 빛은 서로 다른 데이터를 안고 내달린다. 이들은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유리섬유의 길위에서 수천㎞를 달리면서도 서로 엉키지 않고 데이터를 끝까지 가져간다. 「파동분할다중송신(WDM)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이미 부분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현재는 하나의 광섬유에 4∼8개의 각기 다른 파장을 보내는 수준이지만 벨 연구소에서는 한번에 수십개의 다른 파장을 가진 빛을 쏘는 방법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빛을 시차를 두고 나누어 보내는 방법으로 정보량을 더욱 높인다. 시간분할다중송신(TDM)이라는 이 방식은 현재 대부분의 광통신망에서 쓰이고 있다. 벨 연구소는 WDM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다시 TDM으로 쪼개고 이를 압축시킨 후 또다시 각기 다른 파장으로 분산시켜 전송함으로써 전송 정보량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현대 고속 정보통신사회를 구성하는 양대 축은 광통신망과 집적회로(IC)기술. 벨 연구소는 광통신망 기술에 대한 축적과 함께 고밀도 초집적 회로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섬유안을 달리는 빛은 각기 1천만분의 1㎜정도의 각도 차이를 두고 날아간다. 그리고 그 오차는 1억만분의 1㎜ 이내여야 한다. 이 정도의 정밀함을 갖기 위해서는 집적회로가 그 차이를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해야 한다. 벨 연구소는 그만큼 미세한 빛을 쏠 수 있는 레이저 발진기와 함께 미세한 편차를 조정할 수 있는 집적회로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벨 연구소는 현재 4백㎞까지 한번에 수십여 가지 빛깔의 레이저를 쏠 수 있는 발진기를 만들었다. 광통신망 중간에 중계기만 몇개 설치하면 순식간에 1테라비트의 데이터를 실은 빛이 지구 한바퀴를 돌아온다. 루슨트 테크놀러지의 존 리티트시스 부사장(광통신 총괄)은 『2000년에는 빠른 전송속도를 필요로 하는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음성통화량을 앞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광통신은 이미 구리선이나 일반 전화선보다 값싸면서도 많은 양의 정보를 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광통신은 국가정보통신망의 뼈대나 대동맥으로서의 역할만 강조됐다. 그러나 일반인도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다양한 정보를 얻으려는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광통신을 집안에까지 끌어들여야 하는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벨 연구소는 이에 따라 광통신망을 안방에까지 연결해 처음부터 끝까지 병목현상없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진정한 의미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라는 뜻에서 「트루 웨이브」라고 부르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