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글e글]“심판받게 할 것”…범죄자 신상공개한 ‘디지털교도소’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7월 7일 1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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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합니다.” -디지털 교도소-
디지털 교도소 웹사이트 화면 캡처
디지털 교도소 웹사이트 화면 캡처

최근 성범죄와 살인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피의자(또는 용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등장해 논란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스스로를 우리나라 악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범죄자들은 점점 진화하며 레벨업을 거듭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말했다.

첫 게시물이 올라온 시점은 지난달쯤 중순쯤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게시물 작성일은 안내되지 않지만, 지난달 21일 오후부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7일 기준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신상정보 게시물은 76건(130여 명)이다. 미국 송환이 불허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부터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등의 신상정보가 올라왔다.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제작,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등의 신상정보도 있었다.

‘디지털 교도소’는 각 사건 피의자들의 신상정보를 30년간 공개하고, 근황도 수시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이 공개한 피의자 신상정보는 △이름 △사진 △나이 △학력 △혐의 등이다. 심지어 일부 피의자들에 대해선 △전화번호 △집주소까지도 밝혔다.
“현실판 다크나이트” VS “마녀사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교도소’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주요 포털사이트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 있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우선 ‘취지는 이해되지만, 이는 또 다른 범죄’라는 지적이 많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본인은 저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범법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법치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사적 제재는 강력히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신상공개로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이른바 ‘21세기 마녀사냥’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다만 ‘디지털 교도소’를 지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나라에서 못하는 일을 대신해주고 있다” “속이 후련하다” “현실판 다크나이트 같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명예훼손 가능성…법적제재 가능할까
디지털 교도소 웹사이트 소개글 캡처
디지털 교도소 웹사이트 소개글 캡처
‘디지털 교도소’가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사이버 명예훼손 등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다.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대해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 서버(Bulletproof Server)에서 강력히 암호화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수사 가능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접속차단 등의 조치는 가능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실제로 해당 웹사이트 접속을 제한해달라는 신고가 11건 정도 있었다”며 “심의위원회에서 유해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 해외서버의 경우 접속차단, 국내서버의 경우 삭제 조치를 의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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