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北의 군사 도발 책임자 처벌, 통일 후에는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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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일은 분단체제에서 발생했던 동독의 범죄들에 대해 통일독일의 사법 조항과 동독 당시의 법을 함께 적용시키면서 과거청산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청산의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의 시급성으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습니다. 독일의 선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과거청산의 문제는 ‘우리 아름다운 한반도’를 위해서 오랜 기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된 나라로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과 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패전국으로 나치체제의 부활을 막기 위하여 승전국이던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 분할한 것이고,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서 애초 분단될 운명이 아니었으나 일본군의 무장해제의 편의를 위하여 미군과 소련군이 진주한 이래 통일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바람에 분단이 고착화되었습니다. 한편 분단된 후 한국은 6.25전쟁이라는 동족간의 전쟁을 겪은 반면에 독일은 이러한 전쟁을 경험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독일은 통일을 이루었으나 한국은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청산 또는 전환기의 정의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체제의 전환을 전제로 논의되는 문제입니다. 통상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전체주의 국가나 군부독재 국가였던 국가들이 민주화되면서 과거의 폭압적 체제에서 발생한 국가범죄 즉, 국가가 체제의 유지를 위하여 국민들을 억압한 테러, 납치, 강제실종, 고문, 학살, 인종차별 등 반인권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진실규명과 행위자에 대한 사법적인 처벌, 공직에서의 추방,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 기념과 후세대들에 대한 교육 등을 망라한 조치를 과거청산이라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전체주의 국가나 군부독재 국가에서 민주국가로 전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오히려 베트남과 같은 반대의 경우, 또는 오랜 인종차별 국가가 차별정책을 폐지한 경우도 과거청산의 과정이 존재합니다.

이제 한반도의 사례로 돌아오면 아직은 독일과 같은 통일국가의 달성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경우 민주화된 이후에, 과거 일제 식민지시대 친일행위는 물론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독재정권, 군사정권하에서 이루어진 국가범죄에 대하여 관련된 자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 범죄수익의 환수,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 기념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과거청산을 완수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과거청산 사례가 연구되었으며 많은 개별적인 희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입법조치를 거쳐 설치되고 활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2005년에는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하기 위하여 종합적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설치되어 활동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김일성, 김정일에 이은 김정은의 공산주의 정권이 체제전환을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정치범수용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에 약 1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수용되어 각종 탄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은 물론 현재까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인권침해사건만 해도 10만 건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동독이 민주화과정에서 과거 공산정권의 체제불법행위를 처단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통일이 되면서 동독의 의회로부터 동독의 과거 공산정권의 체제불법행위에 대한 청산의 의무를 통일독일이 승계한 것입니다. 이것은 동독의 국민들이 동독의 체제가 불법체제였다는 인정을 한 논리적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독일의 예를 북한의 과거청산에 비추어 본다면 우선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국가범죄의 피해자인 북한의 주민들이 과거청산의 주체로서 과거청산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령 급변사태로 인하여 통일이 되더라도 남한이 주도하는 과거청산은 승자의 재판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이 정권을 잡고 핵개발을 완료한 이후 개방의 길을 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즉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북한의 핵을 인정받고 개방을 통해서 정상국가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을 한다면 북한과 남한은 통일보다는 분단된 채로 한반도 평화체제 하에서 서로 독자적인 발전을 지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체제가 될 것이고, 그 발전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김일성으로부터 내려오는 백두혈통에 의한 통치제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독재와 탄압이 유지될 것이고 인권침해, 반인도적 범죄가 계속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과거청산을 요구하고 실행할 주체가 형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이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되는 상황을 가정한 북한정권의 과거청산에 대한 논의는 ‘과거청산통합연구원’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일부 이루어지고 있으며 북한인권운동의 일환으로서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라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의 6.25 전쟁시의 전쟁포로, 민간인 납치, 전후 민간인 납치 문제를 다루는 피해자 단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방법으로 정상국가화 되고 통일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북한 과거청산의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거의 없습니다. 과거청산이 통상 민주화라는 방식의 체제전환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정치적으로는 노동당 일당 독재의 전체주의 국가는 유지되는 것에 불과하고 경제적으로만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므로 과거청산에 필요한 정치적인 민주화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던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군사적 도발의 책임자 처벌이 가능할 것인가?

사건 발생 당시로서는 일단 위 2가지 사건은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위반행위라고 판단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전협정에 따르면 협정위반 행위는 군사정전위원회의 협의를 통해서 위반 당사자의 사령관이 그 지휘 하에 있는 인원을 적당히 처벌할 것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사건 발발 당시에 이러한 절차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의 협의를 통해서 북한군 사령관에게 책임 있는 인원을 적당히 처벌하도록 하였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러한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군사정전위원회의 협의에 따른 책임자의 처벌은 이제는 실기하였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행위를 유엔 헌장 제2조 4항(무력적 위협, 무력행사의 금지)과 국제법을 위배한 전쟁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여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시민단체인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연평도 포격이 유엔 헌장 제2조 4항, 로마규약 제8조(민간인에 대한 공격행위)에 저촉되는 전쟁 범죄라고 강조하며 북한의 김정일과 그의 후계자 김정은을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하기로 했고, 2010년 12월 6일 국제형사재판소는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의 진정에 따라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여러 가지 난관으로 인해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한 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만일 북한이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이 된다면 그 책임자를 찾아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형사적인 처벌을 추진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건 발생 당시 북한은 천암함 폭침사건(2010년 3월 26일)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정하였고, 연평도 포격사건(2010년 11월 23일)은 정당한 군사적 대응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었으므로 2007.12.21. 제정된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1항 1호(민간인 주민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거나 적대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아니한 민간인 주민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수 있지만, 천안함 폭침사건은 군인에 대한 공격이었으므로 위 법률의 위반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국 천안함 폭침사건은 휴전중의 국지적 전투행위로 보이고, 이러한 전투행위를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대로 정상국가화 되는 상황이라면 위와 같은 통일을 가정한 형사책임 추궁 방법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더라도 과거의 국가폭력, 민간인에 대한 살상, 적대행위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서 과거를 성찰하고 기념하는 방식으로 과거청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웅기 변호사(사단법인 과거청산통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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