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통일 한국 세대’와 ‘南·北 세대’는 공존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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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5월 아주대 통일연구소의 지원으로 베를린에서 열린 ‘한독청년포럼’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독일 청년들과 교류하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90년 독일 통일을 기점으로 ‘통독 세대’와 ‘동독·서독 세대’가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단국을 경험한 세대와, 반대로 통일 이후 출생하여 분단국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통일 한반도에서 어떤 차이점을 가질까요? ‘통일 한국 세대’와 ‘남한·북한 세대’는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 이정환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13학번




“통일 이후 세대에게 어떠한 기회가 제공될 것인가는 통일 이후 사회에 매우 중대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는 통일 직후 연금 생활을 시작했거나 통일 전후에 태어난 세대입니다. 반면, 가장 큰 고통을 받았던 세대는 통일 전후의 격변을 몸소 체험해야 했던 90년대 청소년들과 사회적응 및 직업 전환에 큰 어려움을 겪은 40, 50대 세대였습니다. 이처럼 이러한 세대의 어려움을 완충할 수 있는 사회 및 경제적 정책은 통일 전후 세대의 조화로운 공존에 매우 중대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A. 독일 사회에 통독 후 세대와 동서독 분단 시대를 경험한 세대가 구분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러한 세대 구분이 사회적 이슈나 세대 간 갈등을 점화시키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본질적으로 현 남북한 세대는 전혀 다른 정치, 문화, 사회, 교육적 환경에서 성장했으므로 상이한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지며, 그 속에서 불거지는 차이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남북한은 독일 동서독과 달리 전쟁에 대한 상처를 아직도 직간접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데올로기적 교육과정을 통해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나 이질감도 상당하여 그 간극을 좁히는 데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독일의 선례에 비춰볼 때, 통일 이후 세대는 분단을 경험한 세대에 비해, 지역과 사회에 따라 자기 규정성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단, 이 모든 것은 통일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또, 통일 이후의 사회 모습은 어떨 것이냐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남북 상호 간의 차이를 충분히 수렴한 통일, 그리고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통합적 사회일 것인가? 아니면 한 사회 시스템이 다른 사회에 일방적으로 적용되거나 또는 강요된 형태의 통일인가에 따라서 말이지요.

만약 합의를 통한 점진적 통일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이후 사회 통합도 순조롭지 못하다면 통일 이후에도 각 지역에서 분단 이전의 정체성이 이후 세대에게도 전수되고 재생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이러한 악순환과 갈등적 양상이 상당히 오랜 기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 통합이란 정치 및 경제적 통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총체적 통합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통일 전후 두 세대 간의 공존이 갈등적일지 조화로울지는 통일을 이룬 한국 사회가 서로 다른 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배려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세대 간의 갈등이 통일 후 통일 전후 세대와의 갈등과 겹쳐서 더욱 확대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통일 후의 경제적 상황은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통일 후 북한의 경제 재건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동서독처럼 남한 사회가 북한 재건과 북한 소비 물자 생산의 핵심 기지가 된다면 남과 북이 공동 발전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대 간의 갈등이 최소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통일 이후 세대에게 어떠한 기회가 제공될 것인가는 통일 이후 사회에 매우 중대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는 통일 직후 연금 생활을 시작했거나 통일 전후에 태어난 세대입니다. 반면, 가장 큰 고통을 받았던 세대는 통일 전후의 격변을 몸소 체험해야 했던 90년대 청소년들과 사회적응 및 직업 전환에 큰 어려움을 겪은 40, 50대 세대였습니다. 이처럼 이러한 세대의 어려움을 완충할 수 있는 사회 및 경제적 정책은 통일 전후 세대의 조화로운 공존에 매우 중대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현 한국 사회에서 통일을 논할 때,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성장 정체, 청년실업, 세대 갈등 등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통일의 부정적인 측면 (예를 들어, 통일비용, 통일 이후의 갈등과 혼란 등)에만 다소 과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통일 과정에 많은 문제와 변수가 있겠지만, 통일로 인한 장점 및 혜택, 기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그 자체로 큰 도전임에는 분명하지만 정체된 한국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주는 긍정적인 쇼크가 될 수 있습니다. 분단을 극복한 독일이 통일 이후 정치 및 경제적으로 유럽 최강국으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였고 지금까지 경제 대국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볼 때, 한국 역시 통일 이후 세대 간의 조화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정치 및 경제적 효과 또한 기대해 볼 만하다고 봅니다.

김상국 독일 국립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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