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49〉‘소중한 걸’ 지키며 ‘살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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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소중한걸’과 ‘소중한 걸’의 띄어쓰기를 보자. 두 가지 다 맞는 표기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 사람이 네게 그렇게 소중한 걸 몰랐다.

여기서 ‘걸’은 ‘것을’의 준말이다. 잘 알다시피 ‘것’은 우리말의 대표적 의존명사다. 의존명사는 언제나 앞에 꾸미는 말이 필요하다. ‘소중하다’가 ‘것’을 꾸미기 위해 ‘-ㄴ’이 붙어 나타난 것이다. 의존명사를 앞말과 띄어 쓴다는 것은 우리말 표기에서 중요한 사항이다. 위 문장의 ‘소중한 걸’은 의존명사 띄어쓰기 원리를 제대로 준수한 것이다.

그 사람은 이미 떠난걸.
누구나 다 그렇게 살걸.
미리 자 둘걸.


그렇다면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ㄴ걸’은 어떨까?

이 예들에서는 ‘-ㄴ걸’이 문장의 마지막에 온다. 문장의 맨 끝에 오는 것은 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문장을 끝맺는 역할을 한다. ‘-ㄴ걸’이나 ‘-ㄹ걸’은 종결어미다. ‘종결어미’라는 말은 말 그대로 문장을 끝내기 위해 사용되는 어미라는 말이다. 그래서 앞말에 붙여서 적는 ‘-ㄴ걸’은 앞서 본 의존명사를 쓰는 것과는 문법적 역할이 다르다.

두 가지 의문점을 떠올려 보자. 첫 번째로 가능한 질문은 붙여서 적는 ‘-ㄴ걸’의 뒤에 다른 것이 올 수도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종결어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ㄴ걸’이나 ‘-ㄹ걸’ 뒤에 다른 것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 사람은 이미 떠난걸 뭐.
누구나 다 그렇게 살걸 뭐.


하지만 마지막의 ‘뭐’는 앞 요소의 문법적 특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뭐’가 왔다 할지라도 ‘-ㄴ걸’이나 ‘-ㄹ걸’이 앞말을 끝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두 번째 질문은 보다 본질적이어야 한다. ‘-ㄴ걸’이나 ‘-ㄹ걸’ 역시 ‘-ㄴ 것을’, -‘ㄹ 것을’로부터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이런 생각을 띄어쓰기에 반영한다면 ‘소중한 걸’과 ‘소중한걸’이 동일할 것이다. 띄어쓰기의 어려움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이 ‘-ㄴ걸’이 ‘-ㄴ 것을’로부터 왔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ㄴ걸’이 ‘-ㄴ 것을’이 갖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의미를 비교해 보자.

① 네게 그 사람이 그토록 소중한 걸 몰랐어.
② 지금 생각해도 그토록 소중한걸.


어떤 차이가 있는가? ②에는 ①에 없는 의미가 들었다. 일단 감탄의 의미가 들어 있고 또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가 담겨 있다. ①에는 없는 것들이다. 어원적으로 ‘-ㄴ 것을/-ㄹ 것을’에서 왔다 할지라도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면 새로운 질서를 표기에 반영하여야 한다. ‘-ㄴ걸/-ㄹ걸’ 역시 마찬가지다. ‘감탄, 후회’라는 의미와 종결의 역할에 주의하여 ‘-ㄴ걸/-ㄹ걸’과 ‘-ㄴ 걸/-ㄹ 걸’ 띄어쓰기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맞춤법#띄어쓰기#소중한 걸#소중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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