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명곡으로 재탄생한 샤를 페로의 동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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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의 1월 12일, 검색엔진 ‘구글’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구글 로고가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왕자가 잠자는 공주를 찾아오는 장면의 그림으로 바뀌어 있었거든요. “차이콥스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초연된 날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림은 동화 ‘신데렐라’의 호박마차로 바뀌었습니다. ‘아 그렇군.’ 그때야 감이 왔습니다. 그날은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1628∼1703·사진)의 생일이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은 그의 390번째 생일이군요.

페로가 직접 줄거리를 지은 동화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민중 사이에서 전래되어 온 구전동화를 수집한 뒤 프랑스 옛 도시나 성, 자연 배경을 섞어 생생한 묘사를 더한 점이 사랑을 받았죠. 그런 페로의 동화는 21세기에도 동화책과 애니메이션, 게임 소재로 사랑받고 있을 뿐 아니라 시대를 넘어선 음악작품 소재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원 제목은 잠자는 미녀)’, 로시니의 오페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 등이 페로의 동화에서 소재를 가져온 인기곡입니다. 라벨의 피아노모음곡 ‘어미 거위’도 페로 동화집 부제목에서 제목을 가져왔죠. ‘빨간 모자’나 ‘장화 신은 고양이’는 없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죠? 어린 시절 친숙했던 이 친구들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오늘날까지 페로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동화 정리 작업은 한편으로 ‘노익장’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루이 14세 때 재상 콜베르의 비서였던 그는 상관이 죽자 67세 때 은퇴 생활로 들어갑니다. 노년의 소일거리 겸 후손들에게 재밋거리를 주고자 동화를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이 일이 오늘까지 그의 명성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페로의 작업은 동화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 19세기 초 독일 그림 형제의 동화 정리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새해, ‘또 한 살 먹었어’라고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나눠줄 수 있는 지혜는 늘어난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구글#잠자는 숲속의 미녀#샤를 페로#차이콥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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