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대한상의 앞 겨울쉼터엔 ‘상생의 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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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택·산업1부
이은택·산업1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정문 앞. 현대식 건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얀 천막이 한편에 세워져 있다. 안에는 큼지막한 3인용 의자 2개와 대형 난로가 놓여 있다. 들어가 보면 제법 따뜻하다. 사람들이 잘 눈여겨보지 않는 이 천막은 오토바이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들을 위한 ‘겨울 쉼터’. 한파가 유난히 지독했던 올겨울 많은 기사가 대기시간 동안 이곳에서 몸을 녹였다.

천막을 만든 사연은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상의 총무팀에 어느 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지시가 내려온다. “날이 추워지는데 회사 앞에 택배기사님들이 추위에 떨며 모여 있다. 따뜻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마련하라.” 중구와 서소문 일대를 담당하는 퀵서비스 기사들은 대한상의 앞 도로변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대기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박 회장이 출퇴근 때 이를 본 것이다. 박 회장의 지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총무팀은 자체 예산으로 쉼터를 만들어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운영하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박 회장의 추가 지시가 내려왔다. “배달 때문에 상의에 오시는 기사님들께 점심 식권을 무료로 드리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안내하라.” 식권은 정가 6000원. 박봉의 퀵서비스 기사들은 식대를 아끼려고 쉼터에서 빵과 우유로 자주 끼니를 때웠는데 박 회장이 이를 본 것이다. 요즘 대한상의 지하 구내식당에서는 점심을 해결하는 기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옛날 포목점인 박승직상점(두산의 모태·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 창업주의 손자)이 종로4가에서 문을 열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종로 일대에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많다. 박 회장이 어렸을 때 이런 종로 풍경을 보면서 커 기사들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고 전했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팍팍한 경제난 속에 시민들의 마음도 얼어붙고 있다. 대한상의의 미담 사례가 우리 사회를 데우는 작은 온기가 되길 희망해본다.

이은택·산업1부 nabi@donga.com
#대한상의#겨울쉼터#상생#박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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