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세실극장을 떠나 보내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늘 적자였어요. 집에 돈 한 푼 가져다주지 못한 지 4년이 넘었습니다.”(김민섭 세실극장 극장장)

지난해 12월 29일 42년 역사를 지닌 세실극장이 끝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본보를 통해 알려졌다. 5년 가까이 극장을 이끌어온 김민섭 극장장은 “공연 한 편 올릴 때마다 오히려 1억 원 넘게 빚이 늘어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현듯 기시감이 들었다. 민간 최초의 소극장인 ‘삼일로창고극장’의 정대경 극장장도 2년 전 폐관을 앞두고 똑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 연극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극장인 건 누구보다 잘 압니다. 어떻게든 지켜보려 노력했죠. 그렇지만 수익 창출이 어려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네요.”

예술도 사람의 운명처럼 쌍둥이가 있는 걸까. 두 극장은 1970, 80년대 ‘반(反)상업주의’를 표방했던 소극장 운동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극장들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갔다. 쌓여 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순리라지만…. 우리 공연계에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했던 극장들을 자꾸만 떠나보내는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