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민세]현행 수도관 세척방식, 서둘러 고쳐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민세 전 영남이공대 교수
이민세 전 영남이공대 교수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2000억 원 규모의 하수관 공사 비리 의혹이 화제다. 업체에 하수관 교체 공사를 맡겼는데 추후 점검해보니 새 하수관이 있어야 할 자리에 온통 기존 하수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사는 하지도 않고 돈만 챙긴 셈이다. 이런 문제는 물론 행정상의 잘못이 크지만, 하수관은 땅 밑에 매설돼 있어 아무나 확인할 수 없다는 데 근본적인 취약점이 있다. 이에 필자는 그와 연관해서 국민의 건강과 직결이 되는 상수도관의 유지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환경부의 2015년 상수도 통계에 의하면 국내 상수도관의 총길이는 19만2288km인데, 그중에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상수도관이 6만2240km로 약 32%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에 누수가 되고 있는 물의 금액은 연간 6000여억 원에 달하고 실질적인 수도관의 내외부 상태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은 멀리 있지 않다. 그간 상수도관의 유지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도관의 수명은 50년까지 가능하다는데, 이것은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됐을 때 가능하다. 문제는 그런 노력의 일환인 상수도관 세척 방식에 그동안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제까지 수도권 광역상수도관에 적용을 해온 수압이나 공기압을 이용한 세척 방식은 별반 효과가 없었다. 효과가 미미한 방식을 적용해옴으로써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하면서도 상수도관의 노후화는 늦추지를 못했다.

이는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특히 연초에 모 방송에서 질소세척 방식 등과 비교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미 입증이 된 바가 있다. 공기압 또는 수압을 이용하는 방식은 배관의 팽창을 고려할 때 그 압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특히 공기압 방식의 경우는 세척하는 동안에 배관 내부가 산소와 결합한다는 점에서 적합도가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세척 방식이 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이렇듯 필자도 알고 있는 것을 정부나 관련 당국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사실 담당 공무원이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정부는 속히 실태를 세밀하게 파악해서 막대한 국민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조치해 주길 강력히 촉구한다.

이민세 전 영남이공대 교수
#하수관 공사 비리#하수관 교체 공사#환경부#수도관 세척방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