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브랜드 없는 日 명품 브랜드 ‘무인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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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일본에서는 ‘무지’라 통칭)은 문자 그대로 ‘브랜드는 없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No Brand, Good Product)’이라는 뜻이다. 브랜드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물론 이유가 있다. 소비자 머릿속에 자사 브랜드를 각인하기 위해 상당한 광고비를 쓴다. 포장지마저도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근사하다.

무인양품은 이 비용을 절약했다. 아울러 상품의 본질에만 집중했다. 브랜드 제품이 비싼 이유가 있다면 무인양품은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품질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값이 싸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군더더기를 버리고 기본에만 충실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좋은 제품에 대해 미리 준비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훌륭한 생산 파트너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소비자의 관점에서 좋은 제품의 새로운 가치와 매력을 탐구하고 제공해야 한다.” 무인양품 창업자인 쓰쓰미 세이지(堤淸二)의 경영 철학이다.

상품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무인양품은 1980년 첫 제품을 내놓을 때부터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추구해 왔다. 이 전통은 37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어진다. 오랜 시간 미니멀리즘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였던 다나카 이코(田中一光)는 20세기 일본 최고의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그는 2002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지하고 자신처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하라 겐야(原硏哉)에게 아트디렉터 자리를 내준다. 다나카가 단순함(simple)을 추구했다면 하라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을 내려놓고 비움(empty)의 경지까지 파고든다. 창업자는 5년 전에, 1대 아트디렉터는 15년 전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무인양품의 기본 철학은 40년 가까이 변함이 없다. 강한 사명(使命)을 지닌 기업은 이래서 대단하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nexio@factory8.org
#dbr#무인양품#일본#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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