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버의 한국 블로그]“서울, 편리해 좋지만 에티켓은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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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일을 하다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한국에 산 기간은 얼마나 됐는지 등을 많이 물어본다. 그러곤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살 건지, 아니면 고향인 영국에 돌아갈 건지 궁금해한다. 한국에서 거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다. 기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지만 아직까지 답답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에서 살지 않을 거면 어디 가겠어? 영국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나도 많이 변했고 영국도 마찬가지라 내가 기억하는 영국은 이제 없다. 귀국을 하면 되레 역문화 쇼크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최근 휴가를 다녀온 다른 나라 대도시 3곳과 서울을 비교해봤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계열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는 15위, 서울은 58위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나는 도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영문 표기 없는 지하철 노선도부터 종합 교통카드가 없는 것까지 교통이 영 불편했다. 수많은 식당은 카드 결제가 안 되고 15년 전 한국처럼 현금만 받으려고 했다. 또 마지막으로 도쿄의 한 유명한 먹거리 지역에서 엄청나게 큰 쥐를 몇 마리 봤다. 당연히 서울에도 쥐가 많겠지만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다. 시드니는 11위를 차지했다. 환경은 좋았고 대중교통도 잘되어 있다. 특히 대중교통을 수도 없이 많이 이용해도 청구되는 최대 금액 제도가 있어서 저렴하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시드니는 해수욕장이 많아 자연경관은 예뻤으나, 여기저기 낙서가 많아 정돈되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불편한 것은 상가의 영업시간이었다. 영국과 똑같이 대형마트 이외에는 심야 쇼핑날인 목요일을 빼고 모든 가게들이 오후 5시나 6시에 문을 닫는다. 식당과 술집도 상당히 일찍 문을 닫는 편이다. 직원 입장에서 좋은 정책이지만 한국의 야간 영업에 익숙한 나에게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영업 방침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시드니는 좋은 인상을 남겼다.

홍콩은 45번째 살기 좋은 도시로 나왔는데 옛날부터 영국 사람에게 인기가 많다.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여서 영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미니 영국’으로도 부른다. 나도 홍콩을 좋아한다. 인프라도 좋고 영국 가게들이나 음식도 많다. 또 딤섬과 같이 맛있는 중국 음식도 많다. 단점은 비싸고 협소한 숙소와 왕바퀴벌레다. 홍콩은 주말여행으로는 좋겠지만 살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귀국 후, 출근하니 동기들이 “한국에 오기 싫었지?”라고 많이 물어봤다. 생각해보니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는 것이 아쉬운 것은 외국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휴가가 끝나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은 공식 조사에서 58등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훨씬 더 높은 순위다.

서울글로벌센터에서는 서울에 새로 온 유학생이나 다른 외국인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해준다. 각 대학을 방문해 서울 생활의 ‘꿀팁’도 알려주고, 지원 서비스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나는 서울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인프라만 생각하면 세계 10등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저렴하고 편한 대중교통, 빠른 인터넷,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한 치안 등등.

이렇게 살기 좋은 서울이지만 당연히 사회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들도 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에티켓인데 전철에서 승객이 내리기 전에 타려고 하는 것이나 불법주차 등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비사회적인 몇몇 행동들 때문에 답답한 부분이 많다.

또 회사 문화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까지 휴가가 며칠 남아서 12월에 여자친구와 같이 영국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올해 이직해서 휴가가 없다고 한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유럽에선 있을 수 없는 규칙이다. 이번에 신입 직원도 11일의 연차를 받을 수 있는 노동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고 하는데, 제발 의회에서 통과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한국#서울#에티켓#대중교통#휴가#노동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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