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김정은의 올가미와 트럼프의 악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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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따른 도발… 모형 핵탄두 탑재 ICBM 발사 등
모든 무력카드 다 써버리면 결국 유화책으로 돌아설 것
중-러가 받아들이겠지만 그 유화책은 위험한 함정
확고한 식견 없는 유화는 금물… 언제든 한미 안보체제 우선 돼야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 후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북극성-2형’을 발사했을 뿐 아니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연속적으로 발사했다. 두 차례 ‘화성-14형’을 발사한 후에는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특히 미사일 발사에 관해선 지나치게 급속히 기술 혁신이 이뤄져, 배후에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유출이 있었다는 지적을 믿고 싶어진다. 새로운 기술이 축적돼 한 번에 방출되지 않는 한, 이 정도로 연속적인 신형 미사일 발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ICBM과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면, 최후에 실시되는 것은 모형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북태평양 방향으로 발사하는 실험일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가 가상의 표적이다.

하지만 모든 카드를 써 버린 후, 북한은 어떻게 할 것인가. 궁극적인 강경책 후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유화책으로의 전환이다. 극한까지 군사적 도발을 했으니, 잃어버린 전략적 유연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에는 드물지만 냉전시대 김일성 주석의 전술이 그랬다.

북한은 가난한 소국(小國)이지만 그 지도자는 어리석지 않다. 궁극적인 군사 도발에 격노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전략 핵미사일의 완성을 선언하고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일방적으로 동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재의 긴장 국면을 일거에 전환해 버릴지도 모른다.

김정은으로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를 인정하든 안 하든 관계없다”, “이미 대미 핵 억지력을 획득했으니, 트럼프 정권에 협상을 호소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며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 등과의 관계 복구를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의 올가미’이며 ‘트럼프의 악몽’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올해 7월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반도의 단계적 정상화 계획(러시아 안)과 북한의 핵개발 및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즉시 동시동결’(중국 안)에 상호 합의하고 병행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중시한다.

김정은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중-러가 유연한 정책에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제재도 조금씩 완화될 것이다. 사실 중국을 방문한 푸틴은 “제재는 무의미하다. (북한은)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풀을 뜯어먹더라도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정은이 어떤 행동을 할지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목적이 핵미사일 보유의 기정사실화라는 것은 틀림없다. 지금으로서는 한일 모두 충분한 억지력과 유연한 ‘봉쇄’를 통해 북한과 장기적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괴로운 것은 한국일 것이다. 경제제재 강화에 직면한 북한에 한국과의 경제 교류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내년 봄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북한은 남북 대화나 교류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한미 사이의 이간질을 획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 ‘위험한 함정’이다. 확고한 식견이 없는 유화는 위험하다. 한미 안보체제의 견지가 우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의 경우가 생겼을 때, 중국과 러시아가 무엇을 해준다는 것인가.

한국 내에서는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 같다. 하지만 억지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또 북한은 이를 반민족적 태도라며 격렬하게 비난할 것이다. 사드 배치와 함께 중국이 반대할 것이라는 점도 생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사드 배치와 핵무기 재배치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이는 억지력이 될 뿐 아니라 앞으로도 한미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담보가 될 것이다. 또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된다면, 오히려 미래의 남북 대화를 위한 토대가 될지도 모른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한미 안보체제#북핵 대응#김정은의 올가미#핵무기 재배치#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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