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7월 17일]제헌절은 왜 7월 17일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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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민주국가로서 그 주권을 확립하게 되었고 국제적 일원으로 당당히 국제사회에 등장하게 된 것이니 이날의 감격, 이날의 광영(光榮)이야 말로 자손만대에 영원히 빛날 획기적인 역사적 기념일로 맞이하게 되었다.”

건국헌법 공포식(公布式)이 열린다는 소식을 전한 1948년 7월 17일자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는 이런 문장으로 끝이 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해마다 이날은 제헌절(制憲節)입니다. 헌법을 만든 날이라는 뜻인 제헌절은 지금도 대한민국 5대 국경일이지만 2008년부터 ‘빨간 날(공휴일)’에서는 빠졌습니다.

사실 문자 그대로 헌법을 제정한 날은 제1회 제헌절 닷새 전인 1948년 7월 12일입니다. 제헌 국회에서 이날 헌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당시 헌법 전문에도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고 나와 있고, 1987년 만든 현행 헌법에도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동아일보 1948년 7월 17일자 1면
동아일보 1948년 7월 17일자 1면


단, 법학적으로는 공포까지 모두 마무리해야 법 제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도 공포에 “이미 확정된 법률, 조약, 명령 따위를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라는 뜻이 있다고 밝혀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7월 12일은 국회에서 헌법안을 통과한 날이고, 공포식이 열린 7월 17일이 실제로 헌법을 제정한 날이 되는 되는 셈입니다.

그러면 공포식 날짜로 왜 하필 7월 17일을 골랐을까요? 이날이 조선 왕조 창건일이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1335~1408)가 왕으로 즉위한 날이 1392년 음력 7월 17일이었거든요. 이에 역사적 연속성을 고려해 이날을 양력으로 바꿔 헌법을 공포했다는 겁니다. 7월 17일이 토요일이라 공포식에 내빈을 초청하기가 더 수월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후 대한한국 헌법은 현재까지 총 9차례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까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하에 둔다” 등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했던 건국 헌법 조문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헌법 제1장 처음 두 문장은 69년 전 오늘 공포한 첫 번째 헌법과 현행 헌법이 한 글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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