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삼성전자 최대 실적에 드리운 그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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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4조 원이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가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일본 기업들을 추월하고, 혁신의 아이콘 애플 등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이런 독보적인 실적을 거둔 것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축포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호실적의 주인공은 반도체 사업이다. 반도체 산업은 늘 큰 주기를 탄다. 지금의 호황 또한 마냥 계속될 수는 없다. 현재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PC와 노트북이 그랬던 것처럼 스마트폰도 머지않아 교체주기가 길어질 것이다. 모든 정보기술(IT) 기기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돼 온 패턴이다. 스마트폰 혁신이 느려지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무선 사업이 동시에 수요 부진에 직면하게 된다. 또 기술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 후발 업체가 모방하기도 쉬워져서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결국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구글은 수십조 원을 들여 인공지능(AI)에 투자하고 자율주행 자동차와 의료 산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IBM은 AI ‘왓슨’을 앞세워 의료 산업과 금융 산업으로 진격하는 중이다. 이유는 모두 같다. 한 가지 기기나 기술 분야에 머무르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미국 초우량 기업들의 순위인 ‘S&P500’에 한번 편입되면 수십 년간 그 지위를 지킬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 엘리트 클럽에 들더라도 평균 10여 년 만에 밀려난다. 1980년대 창업한 회사들이 기업가치 10조 원이 되도록 성장하기까지는 평균 25년 이상이 필요했다. 그런데 우버, 스냅챗과 같은 혁신기업들은 탄생 2, 3년 만에 기업가치 10조 원이 훌쩍 넘어간다. 경제의 흐름이 광속화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들이다.

그중에서도 IT 산업은 가장 빨리 변화하는 산업이다. 도시바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부문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한때 전자업계의 전설이었던 소니는 위축된 지 오래다. 휴대전화 분야에서는 모토로라, 노키아를 거쳐 애플과 삼성전자로 승자가 숨 가쁘게 바뀌어 왔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은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 혁신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는 하이테크 기업들에 수익성이 아닌 가능성에 기반을 둔 연구개발(R&D) 투자와 혁신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업들은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부 혁신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동시에 과감하고 전략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커다란 혁신 생태계 구축 경쟁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와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등은 전광석화와 같이 싹수 있는 스타트업을 쓸어 담고 있다.

노키아와 소니가 그랬던 것처럼, 기술 전환기에 대응 시기를 놓치면 기업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우리는 노키아 몰락 후 유럽의 슈퍼스타에서 환자로 전락한 핀란드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리더십 부재에 처해 있다. 정부와 사회는 대기업을 옥죄고 경영권을 제약할 궁리만 하고 있다. 정치적 시각이 아닌 글로벌 경제의 냉혹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위기를 직시해야 할 때다. 성을 쌓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허물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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