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김정은 전략은 ‘일점돌파 전면전개’

허문명논설위원 입력 2017-07-07 03:00수정 2017-07-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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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 바란다”고 했을 때 ‘북이 다리를 건넌 지 언젠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곧 북한 지도부 선제타격 훈련을 지시하며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제안한 것에 안도했다.

神의 한 수, 한미동맹

외교안보 전략은 ‘동맹 관리’가 요체다. 국제정치학 명저로 꼽히는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과 현실주의 정치이론가 스티븐 월트(하버드대)의 ‘동맹의 기원’은 모두 동맹관계를 국제정치의 핵심 키워드로 다루고 있다. 동북아 안보 구도는 한미·미일 동맹 대 북-중 동맹이 기본 구조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동맹관계의 방향과 원칙을 매우 잘 담고 있다. ‘올바른 여건’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지만 고위급 전략 협의체를 통해 양국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자는 공조체계까지 만들었다. 공동성명만 보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이나 동맹관은 거의 우려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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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체제 구축은 대한민국 역사의 ‘신의 한 수’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당시 하루빨리 전쟁을 매듭짓고자 했던 미중의 의도를 거부하고 북진통일을 주장했다. 반공 포로를 석방하고 전선에서 군사적 충돌을 촉발시켜 미국과 영국 등을 난감하게 했다. 결국 미국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휴전협정 체결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내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이 없었다면 북의 도발에 맞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안보와 경제건설이 가능했을지, 호시탐탐 북의 야욕 앞에서 민주화가 가능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동맹은 영원불멸한 게 아니라는 것을 동서고금이 증명한다. 스티븐 월트는 ①동맹국 간 외부 위협을 보는 인식이 서로 달라질 때 ②약소국이 강대국을 신뢰하지 않을 때 ③동맹이 국내 정치와 연계될 때 언제든 수명을 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환경평가 등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북핵은 북한 정권의 국시(國是)에 가깝다. 김정은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손발을 묶을 경우 미 본토 타격용 ICBM 실전 배치가 어려울 것이라 보는 듯하다. 그의 속도전에는 김일성식 유격전 요체인 ‘기습’ 전략이 보인다. 소수가 다수에 대항하다 기회를 잡으면 적이 손쓸 새 없이 세차게 몰아붙이는 것이다. 한미 정권 모두 임기 초반이어서 북핵을 공부하며 대응을 고민하는 지금을 공세 적기로 보고 한곳에 집중해 포위망을 돌파한 후 세력을 확장하는 ‘일점돌파 전면전개(一點突破 全面展開)’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응 말고 주도하라

문 대통령의 ‘동결 후 핵폐기 2단계’론은 실현 가능성 없는 미망(迷妄)이다. 이참에 대통령에게 “북핵에 대응(react)하지 말고 이끌라(lead)”는 주문을 하고 싶다. ‘수동적 대처’가 아닌 ‘능동적 주도’로 가자는 뜻이다. 큰 그림(big picture)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군사력 사용을 대놓고 말하는 이때, 우리가 먼저 독자적 핵무장 또는 미 핵 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 여부를 포함한 한미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안보 연합체까지 검토했으면 한다. 북핵에 대한 인적자산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통령은 군을 아는 외교관, 외교를 아는 군, 한국을 잘 아는 미국인, 미국을 잘 아는 한국인 전문가 풀로부터 전방위로 조언을 받았으면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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