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구부러진 나무, 구부러진 사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비뚤어진 나무는 항상 불행하지만
비뚤어진 사람은 항상 행복해한다

木之曲者常不幸而人之曲者常幸也
목지곡자상불행 이인지곡자상행야

―장유 ‘계곡집(谿谷集)’
 

어떤 이가 집을 지을 재목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갔다. 곧게 잘 뻗은 나무가 필요했으나 모두 구부러지고 비틀어져 용도에 맞지 않았다. 한참을 찾다가 마침 눈에 띄는 나무가 하나 있었다. 앞에서 보기에도 곧게 뻗었고 좌우를 살펴보아도 훌륭했다. 적당한 재목이라 생각하고서 베어 가기 위해 나무의 뒤쪽을 살펴보았더니 구부러져 있어 재목으로 쓸 수가 없는 나무였다. 나무에 대한 탄식은 사람에 대한 탄식으로 이어졌다.

“내가 나무를 세 번 살펴보고서도 그것이 재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얼굴을 너그럽게 하면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야 어찌 제대로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 말을 들어보면 조리에 맞고, 그 모습을 보면 단정하고, 사소한 행동들을 살펴보면 조심조심 삼가는 기색이 있으니 군자라고 여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큰 변고가 생겨 목숨을 바쳐 절개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이른 뒤라야 그 속내가 드러나니, 국가의 패망은 항상 이런 자들 때문이다.”

조선 중기의 문인 장유가 재목을 구하던 이웃집 사람의 이야기와 탄식을 듣고서 자신도 탄식을 덧보탠다.

“나무가 구부러진 경우에는 비록 보잘것없는 목수라도 가져다 쓰지 않는데, 사람이 구부러진 경우에는 비록 잘 다스려진 세상이라도 버려진 적이 없구나. … 조정을 살펴보면, 화려한 복장으로 대궐을 활개치고 다니는 고관대작과 사대부들 중에 바른 도를 지니고 있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

굽은 나무에 대한 탄식으로 시작한 이 글은 ‘활줄처럼 곧으면 길가에서 죽고 갈고리처럼 굽으면 공후(公侯)에 봉해진다’는 자조 섞인 옛말을 인용하며 끝맺음 된다. 우리는 곧고 바른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리고 또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곧고 바른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은 비뚤어진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곧고 바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

장유(張維·1587∼1638)의 본관은 덕수(德水), 호는 계곡(谿谷)이다. 문과에 급제하여 예조판서, 공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문장에 뛰어나 이정구(李廷龜), 신흠(申欽), 이식(李植)과 함께 문장의 사대가(四大家)로 불렸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장유#계곡집#나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