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과학 에세이]미토콘드리아의 헌신과 공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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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김재호 과학평론가
우리 몸의 온도는 약 섭씨 37도를 유지한다. 이 온도를 넘으면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 몸 안에선 37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생물학 아카이브(biorxiv.org) 논문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가 생리학적으로 섭씨 50도에 가깝게 유지된다고 한다. 온혈동물인 인간이 체온 유지를 위해 몸 안에서 훨씬 더 높은 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속사정은 훈훈하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가 얼마나 뜨거워지는지 측정하기 위해 형광 탐침(온도 표시기)을 이용했다. 연구 결과, 미토콘드리아가 다른 세포 부분들에 비해 6도에서 11도 정도 더 높았다.

모든 동물은 숨을 쉰다. 호흡을 한다는 건 에너지를 만든다는 뜻이다. 산소는 세포 속에서 미토콘드리아와 반응을 한다. 그 호흡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열을 낸다. 미토콘드리아는 여러 단계의 통제된 과정을 거쳐 고열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먹어도 늘 마르게 된다. 어렸을 적 동네 친구 중에 한 명이 정말 대식가였다. 하지만 언제나 삐쩍 말라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미토콘드리아 조절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들어 있는 소기관으로,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3인산)를 만드는 발전소다. ATP는 근육이나 효소, 몸 구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유기화합물이다. ATP는 모든 생물체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 미토콘드리아 발전소가 가동되기 위해서는 산소와 포도당이 필요하다. 산소가 있으면 미토콘드리아가 더욱 많은 ATP를 만들 수 있다. 하나의 세포에는 200∼1000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으며, 인간의 세포는 대략 60조 개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몸 안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지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살아남기 위해 세포와 공생관계를 맺었다. 에너지가 필요한 다른 원핵세포와 영양분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마치 내장에서 소화를 돕는 박테리아와 같다. 공생관계로 미토콘드리아는 번식을 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5∼10개 정도 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들은 핵막으로 막혀 있지 않고 내부에서 자유롭게 떠다닌다. 미토콘드리아는 외막과 내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미토콘드리아 내막에는 수많은 주름이 있으며,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단백질이 가득하다. 내막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기질에서 산화가 일어나는데, 여기서 에너지가 방출될 때 ATP 합성뿐 아니라 열이 나온다.

몸 안에서 열을 내는 온혈동물은 냉혈동물들에 비해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다. 냉혈동물의 대표적인 예는 파충류고, 온혈동물은 조류나 포유류다. 냉혈동물은 주위 온도에 따라 체온이 달라지기에 변온동물이라고도 불린다. 냉혈동물에선 미토콘드리아가 아마도 훨씬 낮은 온도에서 작동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냉혈동물들 역시 몸을 데워야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파충류는 몸이 식으면 햇볕을 쬐며 체온을 높이고 미토콘드리아가 활발히 활동하도록 한다. 포유류인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미토콘드리아가 열을 만들어내며 열량을 소모한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가 활동하지 않으면 손상될 위험이 있고, 이 때문에 세포가 제 기능을 못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미토콘드리아가 발생시키는 열은 어디서 왔을까. 시작은 식물이다. 식물이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가 동물에 전이된 것이다. 식물이 태양에서 직접 받은 에너지를 동물이 간접적으로 쓴다. 화학에너지와 열에너지, 운동에너지는 생태계에서 돌고 돈다. 미토콘드리아가 만들어낸 에너지는 생명체의 몸을 데우고 빠져나와 다시 생태계로 돌아간다. 공생과 순환을 눈여겨볼 일이다.

큰 포식동물은 다른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이로써 화학에너지 일부를 얻지만 많은 부분을 또한 열로 잃는다. 사체는 분해되고 열은 생태계로 돌아간다. 결국 식물과 동물은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공생하는 셈이다. 이 사이에 분해자인 박테리아가 끼어있을 뿐이다. 에너지는 들어온 만큼 빠져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몸에 고여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 가운데 미토콘드리아는 생태계 에너지 흐름을 중개하며, 세포 뭉치인 동물들을 살아가게 한다. 미토콘드리아의 헌신이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몸의 온도#생물학 아카이브#미토콘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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