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원종화]중독 문제 해결, 사회 구성원 모두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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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화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장
원종화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장
 우리 주변에선 ‘도박 중독’ ‘인터넷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쇼핑 중독’, 심지어 ‘일 중독’ ‘성 중독’ 등 각종 중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중독 관리 실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우선 중독 문제를 파악하는 기본적인 유병률(인구 대비 하나의 질병이 특정 지역에서 일정 시점에 발병하는 사람 수의 비율)의 근거 자료부터 부실하다. 중독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 중독 유병률은 5.1%,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6.9%,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29.2%, 여성 인터넷쇼핑 중독은 13.5%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간헐적 조사에 의한 통계수치라 신뢰도가 높지 않다. 아직까지 국가가 주관하는 전 국민 대상의 체계적인 조사 자료가 정기적으로 생산되지 않고 있다.

 중앙대 정슬기 교수는 2014년 한 포럼에서 국가 차원에서 중독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인 8명 중 1명은 하나 이상의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중독 문제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110조원에 이르는데, 예방 및 치료 서비스와 정책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중독 문제는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하라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청소년기 아이들이 무심코 빠져드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국가·사회적으로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 게임 중독은 성인이 되면 도박 중독으로 빠질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에서 이 연령층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 담배, 술 중독자가 도를 넘으면 쉽게 마약 중독자가 되듯 젊을 때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은 어른이 되어 도박 중독자가 될 확률이 높다.

 올 5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소년층을 포함한 ‘스마트폰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와 함께 사회적 부작용 예방을 위한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다만 중독 문제 해결의 현실적 고충을 겪어본 입장에서, 자칫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단기간의 양적 실적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중독 문제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일이며, 국가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중독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 또한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원종화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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