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석동현]‘崔게이트’ 기업수사, 신중하게 접근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석동현 변호사 전 서울동부지검장
석동현 변호사 전 서울동부지검장
 검찰이 8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하여 실시한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에 대한 본격 수사의 신호탄일 수 있다, 알려지기로는 대통령이 7대 재벌 총수들과 비공개 면담을 하였고 그 시점을 전후하여 출연이 이루어졌다 하니 대규모 압수수색과 총수의 검찰 소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의 국정 혼란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기업,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는 그 범위나 방법에서 필요 최소한에 그치고 신중해야 한다. 정무적 비난과 법적 책임 유무는 엄연히 구분하여야 한다. 여론에 따라 누군가 단죄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더 큰 우를 범할 수 있다.

 기업의 핵심 부서에 들어가 서류와 자료 파일들을 검찰의 파란 상자에 담아 나오는 모습은 투자자나 거래처,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의 총수들을 소환하는 문제도 신중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예상 가능한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대통령이 독대를 하여 지원 협조 요청을 하고 수석을 비롯한 참모들이 그 집행을 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기업인들에게 돌을 던질 일인가. 대통령이 공익사업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데 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번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도 나중에 쓰임새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잘못을 물으면 된다. 돈을 낸 기업인이 그런 결과까지 책임을 질 일은 아니다. 그래서 기업인들의 자금 지원에 대해 배임죄나 뇌물공여죄의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출연한 기업인을 무조건 범죄 혐의자 취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반면 모금 과정에서 대통령 측근이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유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한 부분은 엄벌해야 한다.

 기업인들이 요즘과 같은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에 매달리는 상황이 되면 연말 조직개편이나 내년도 신규 사업과 투자계획 등 경영 활동이 지연 및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이미 빈사 상태에 있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지 모를 국정 리더십 공백도 현실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혹자는 모든 것을 뒤엎자는 식의 명예혁명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번 사태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검찰로서는 수사할 일과 비켜갈 일을 구분함으로써 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한다. 기업 수사의 대상과 범위와 강도를 정할 때 비난 여론에 끌려갈 사안이 아니라 고용과 성장이 걸려 있는 기업의 목줄을 죄거나 숨통을 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기업마저 죽이면 이 나라는 벼랑 끝으로 몰린다.

석동현 변호사 전 서울동부지검장
#미르 k스포츠재단#최순실#기업 수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