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성게알 장어의 유혹… 허리띠 풀고 오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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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렌터카로 떠난 日 아오모리 맛 기행

일본 최고의 경승이라 할 호토케가우라를 산중턱에서 내려다본 모습. 화산활동 당시 용출된 마그마가 식으면서 형성된 응회암 산악이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겨 이런 비경을 연출했다. 이 기암의 해변은 상륙한 뒤 산책하며 둘러본다. 시모키타 반도(일본 아오모리 현)=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일본 최고의 경승이라 할 호토케가우라를 산중턱에서 내려다본 모습. 화산활동 당시 용출된 마그마가 식으면서 형성된 응회암 산악이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겨 이런 비경을 연출했다. 이 기암의 해변은 상륙한 뒤 산책하며 둘러본다. 시모키타 반도(일본 아오모리 현)=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일본 혼슈(열도에서 가장 큰 섬) 최북단 아오모리 현. 쓰가루 해협을 사이에 두고 최북방 섬 홋카이도와 마주한 삼면 바다의 고장이다. 아오모리라고 하면 ‘후지사과’의 산지이자 신선한 해물을 맛볼 수 있는 명소. 그 맛의 상징은 참치의 지존 ‘오마 마구로(大間유·아오모리 최북단 오마 항 어선이 낚은 참치)’다. ‘도쿄의 부엌’이라는 쓰키지 수산시장의 신년 첫 경매에서 늘 최고가로 낙찰되는 바로 그 참치다. 사상 최고가(2013년)는 19억2325만 원(1kg에 866만 원)이었다.

 하지만 아오모리 맛의 최고는 따로 있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해물, 그 자체다. 비싸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성게알(우니)과 연어알(이쿠라), 가리비(호타테)를 여기선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오늘 여행은 렌터카로 북쪽 시모키타(下北) 반도의 어항을 직접 찾아가 맛있는 해산물을 마음껏 먹는 일정이다. 일본 최고의 비경이라는 호토케가우라((불,필)ケ浦)는 덤. 아오모리 현에선 렌터카 내비게이션이 우리말 목소리와 화면으로 여행을 돕는다. 

렌터카수속@아오모리공항

 렌터카 터미널은 공항터미널 옆에 있다. 도요타 렌터카에선 일본인 여직원이 한글 안내문이 들어있는 태블릿으로 수속을 도와준다. 보험은 미리 정해둔 조건을 수락하면 된다. 조건은 안내문(일어와 영어)으로 확인했다. 빌린 차는 도요타 프리우스 E-Four(하이브리드).

양식발상지에서 개발한 가리비 정식

 첫 행선지는 28km쯤 떨어진 호타테히로바(가리비 광장·자동차휴게소). 점심 장소다. 아오모리 만의 동쪽인 아사무시 온천마을의 외곽. 이곳 히라나이마치는 아오모리 특산인 가리비 양식의 발상지다. 그 기념공원이 호타테히로바다. 이날 메뉴는 가리비 모둠정식인 ‘히라나이 호타테 가츠고젠(平內ほたて活御膳)’. 가리비의 얇은 치맛살은 회, 도톰한 몸체는 스테이크, 작은 가리비는 김밥과 유부초밥에 얹어 낸다. 가리비로 끓인 맑은 국도 함께 나왔다. 1200엔짜리 이 정식은 히라나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개발한 전략 메뉴다. 

시모키타 반도를 스시로 순례하다 

아오모리 지도 형상 그릇에 담은 스시우에노의 초밥.
아오모리 지도 형상 그릇에 담은 스시우에노의 초밥.
 첫날 숙박지는 동북부 시모키타 반도의 중심도시인 무쓰. 손도끼 모습의 반도는 서쪽으로 무쓰 만과 동쪽으로 태평양, 그리고 쓰가루 해협에 에워싸인 형국이다. 무쓰는 호타테히로바로부터 56km(1시간 40분 소요). 무쓰 만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삼면이 바다인 아오모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도중에 요코하마의 나노하나 플라자(휴게소)에 들렀다. 시모키타 반도 여행객에겐 참새방앗간 같은 곳. 유채꽃을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과 도넛이 유명해서다. 요코하마는 광대한 유채꽃밭 풍광(5월)으로 이름난 곳이다. 무쓰 시에서 저녁식사는 스시. ‘스시우에노((지,기)うえ乃)’에 들어서니 주인 우에노 히로유키 씨가 조리대에서 손님과 마주 서서 초밥을 만들고 있었다. 주문한 스시 세트는 4320엔짜리 ‘시모키타한도메구리(下北半島巡り·시모키타 반도 한바퀴 돌기)’. 오마 등 반도 8곳에서 나온 특산해물(참치 연어알 성게알 포함)로 만든 스시 10개인데, 그걸 아오모리 현 모습의 나무 접시에 담아낸다.

오마자키에서 오마 마구로를 맛보다

성게알을 두둑이 얹어 주는 누이도우 식당의 우니동.
성게알을 두둑이 얹어 주는 누이도우 식당의 우니동.
 이튿날은 오마자키를 찍고 무쓰로 돌아오는 일정. 점심 메뉴는 성게알 덮밥과 오마 마구로 정식, 지역채소로 만든 이탈리아요리 등 세 가지. 점심 전엔 산마모루 와이너리(무쓰 시)에서 와인 테이스팅 후 비경의 바위해안 호토케가우라(시모키타 국립공원)를 찾았다.

 호토케가우라 바위해안 위치는 도끼모습 반도에서 도끼날의 한중간. 거길 가자면 반도를 가로지르게 되는데 험준한 산악인 구절양장의 큰 고개를 넘어야 한다. 1시간 15분간 37km를 달려 도착한 곳은 호토케가우라행 유람선을 탈 우시타키 포구. 유람선은 바위해안을 따라 북상했는데 호토케가우라까지 15분 내내 점입가경의 비경을 보여줬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인간세상이라 말할 수 없을 만큼의 특별한 광경)’의 기암해안. 2000만 년 전 유라시아대륙이 분리되며 동해와 일본열도가 생겨날 때 일어난 화산활동 결과란다. 그 기이한 모습은 외계 혹성이라 해도 속을 정도. 그런데 바닷속은 더 특별했다. 흰 바위의 밑쪽은 검은 점투성이였는데 그 점은 무진장으로 서식하는 성게였다.

 그게 점심에 맛보기로 한 우니동(성게알 덮밥) 재료. 식당 누이도우는 우시타키 항에서 북쪽 13km 거리의 후쿠우라 항에 있다. 허름한 식당에선 할머니 세 분이 바삐 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홀 안의 테이블 9개와 방은 이미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메뉴를 보니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해물(성게알 연어알 오징어 참치)을 날것으로 올린 덮밥이 주종이었다. 일본 어디서도 먹을 수 있는 우니동을 찾아 굳이 이 오지까지 찾은 이유? ‘성게알을 밥만큼 얹어준다’는 말 때문이었는데, 조금 과장이긴 해도 허명은 아니었다. 성게알(1500엔)과 연어알(2000엔)을 저렴한 가격에 아낌없이 얹어줬다. 

 오후 2시, 드디어 오마자키에 당도했다. 때는 8월 하순, 그런데도 쌀쌀했다. 쓰가루 해협의 거친 물만큼이나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 탓. 오마자키 최북단에선 쓰가루 해협 건너로 홋카이도가 보인다. 그래서 거기에 전망공원을 만들었는데, 222kg짜리 전설의 오마 마구로와 오마 어부의 억센 팔뚝 조각이 서있다. 이 조각은 외줄낚시에 걸린 대물 마구로를 끌어당기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 오마 마구로를 맛보기로 한 어부의 식당은 그 앞길 건너에 있다. 간판은 ‘사카나쿠이노 오만조쿠(魚식いの大間んじく)’.

 하지만 내겐 식당 벽에 붙여둔 222kg 참치사진이 먼저 눈에 띄었다. 실내도 특별했다. 벽에는 빨간색의 ‘오마 마구로 증명서(오마 항 어선이 잡은 참치임을 증명하는 표)’ 수십 장이 붙어 있었다. 모두 이 식당을 운영하는 부자가 참치와 싸워서 얻은 전리품이다. 나는 1800엔짜리 혼마구로(本유) 정식을 시켰는데 그날 오전에 잡은 77kg짜리 생참치살이 부위별로 나왔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 이전에 오면 식당 앞에서 펼치는 참치 해체쇼(뼈와 살 바르기)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기본을 지키기가 가장 힘들다

장어전문식당 가와요시에서 내는 장어덮밥.
장어전문식당 가와요시에서 내는 장어덮밥.
 사흘째 정오. 마지막으로 찾은 맛집은 아오모리 항 부근의 장어식당 가와요시(川よし)였다. 개업한 지 81년이 됐고, 현재 건물에서만 49년째 영업 중이다. 점심때 40분 정도는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대물림한 마스자키 도시오 씨(75·사진)가 삼대 사장을 맡을 아들과 함께 주방에서 너도밤나무 숯불로 장어를 굽고 있다. 구운 장어는 네모진 칠기반합의 밥 위에 얹어 내는데 그 부드러움과 감칠 맛 나는 다레(간장소스)의 어울림은 가히 최고라 할 만했다.

 그런 맛의 비결은 역시 지극한 정성이었다. 마스자키 사장은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기본이란 주문 즉시 장어를 잡아 즉석에서 구워 내는 것. 손님이 밀려 즉석에서 잡는 것은 하지 못한다. 그래도 굽는 것만큼은 주문을 받은 후에 한다고. 아오모리 사케의 대표브랜드 ‘덴슈(田酒)’와 아주 잘 어울렸다.   

 
※여행정보
 
 ◇아오모리 현 ▽관광: www.kr-aomori.com(한글) ▽맛집 △가와요시: 아오모리 시 혼마치 3초메. 오전 11시∼오후 7시 반, 017-776-3480(이하 현지번호) △호타테히로바: 오전 11시∼오후 3시, 1∼3월 쉼. 현지전화 017-752-3220 www.hotate-hiroba.com

 ◇시모키타 반도 ▽관광: www.shimokita-kanko.com http://gururin-shimokita.com(이상 일본어) ▽나노하나 플라자: 오전 9시∼오후 4시 영업. www.nanohana-plaza.com △뉴그린호텔 www.mutsugreen.com △산마모루 와이너리 www.sunmamoru.com ▽맛집 △스시우에노: 정오∼오후 10시 영업(2·4번째 수요일 쉼) http://mutsu0175.jp/sushiueno

 렌터카 여행: 렌터카 및 숙소는 베스트래블(www.bestravel.co.kr)에 문의. 02-397-6100

 
 
▼노란색 포스트잇 오른쪽 창문에 붙여두면 효과▼
 
‘좌측통행’ 日서 역주행 사고 막으려면

 

아오모리 현 동쪽 시모키타 반도의 서해안을 남북으로 잇는 국도 338호선. 혼슈 최북방 쓰가루 해협의 바다 풍광과 더불어 드라이빙을 즐기는 멋진 경관도로다.
아오모리 현 동쪽 시모키타 반도의 서해안을 남북으로 잇는 국도 338호선. 혼슈 최북방 쓰가루 해협의 바다 풍광과 더불어 드라이빙을 즐기는 멋진 경관도로다.
 ‘중앙선을 오른쪽 어깨 쪽에.’

 스스로 터득한 일본에서 역주행을 방지하는 요령이다. 우리와는 반대로 좌측통행하는 일본에선 ‘우회전 이후’가 가장 혼란스럽다. 중앙선 오른쪽 도로로 역주행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 요령은 그때 긴요하다. 이걸 되뇌며 우회전 해보라. 역주행 실수를 하지 않는다. 추가로 노란 포스트잇을 정면 창 오른쪽에 붙여두면 더 효과적이다. 노란색이 중앙선을 상기시키며 경고효과를 낸다.

 아오모리 현에서 운전하는 건 비교적 안전하고 쉽다. 고속도로가 별로 없는 데다 교차로는 적고 외길이 많아서다. 차량통행도 적은 편. 그럼에도 평균시속은 40km 정도였다. 산길과 해안도로가 많아서다. 프리우스를 빌리면 비용도 저렴하다. L당 평균 23.3km를 달릴 수 있었다. 사흘간 420km 주행에 주유비(18L)는 2210엔(2만4500원), 대여비는 24시간당 9720엔(10만7500원). 문의 베스트래블(www.bestravel.co.kr) 02-397-6100

 
아오모리 현(일본)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일본 여행#아오모리 현#아오모리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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