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세계 유일 한서대학교 헬리콥터조종학과, 희망의 날개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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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비행훈련원(캘리포니아 치노공항)에서 비행훈련중인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학생들과 교관이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 현지 비행훈련원(캘리포니아 치노공항)에서 비행훈련중인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학생들과 교관이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년 3월 공군 KT-1 훈련비행기 1대가 공중에서 엔진이 멈추는 위급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조종사는 무동력 활공비행으로 무사히 착륙했다. 당일 조종사는 교관 없이 단독비행 중이었으나 비상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해 기지까지 48㎞를 무동력으로 안전하게 활공비행했다.

당연히 조종사의 조종능력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한서대학교 헬리콥터조종학과 11학번 졸업생인 이○○ 중위. 성공적으로 비상착륙한 공로로 조종사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상인 ‘웰던(Well-done)상’을 받았다. 이 상은 비행 도중 비상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로 귀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거나 항공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기여한 조종사나 정비사에게 수여한다. 이 중위는 “사고를 당하고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헬리콥터조종학과 재학 당시 비행교수와 호흡하며 단독비행을 경험해본 결과였다”고 말했다.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의 탄탄한 교육과정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헬리콥터 조종사 양성 학과이다. 교육목표는 항공 분야에서 요구하는 전문적인 헬리콥터조종사를 양성하는 것. 조종사뿐만 아니라 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헬기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을 지향하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3학년 과정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치노 에어포트(Chino Airport)에서 미국인 교관에게 비행과 이론교육을 받는다. 미국연방항공국(FAA)의 조종사면허 취득과정을 이수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조종사가 된다. 또한 헬리콥터의 설계, 운항 및 정비 등에 관한 기초이론을 배우고 헬리콥터와 모의비행장치 등을 이용한 체계적인 조종실기교육을 받음으로써 항공산업분야에서 요구하는 프로조종사로서의 실력도 갖추게 된다. 4학년 때는 한국에서 추가 교육을 받고, 한국 국토교통부가 발급하는 헬기조종사 면허도 취득한다.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학생들이 미국 현지에서 비행 훈련하는 모습.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학생들이 미국 현지에서 비행 훈련하는 모습.
헬리콥터는 비행기에 비해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의 73%가 산악이고, 다도해를 비롯한 섬들이 많아 헬리콥터의 수요가 많다. 그러나 그동안 헬리콥터의 조종사는 거의 군을 통해 배출해 왔다. 그래서 한서대가 2006년 학과를 개설하고 2010년 졸업한 10명이 공군전투기 조종사(3명), 육군헬기조종사(7명)로 전원이 임용되고, 3년 연속 취업률이 100%를 달성하면서 항공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졸업생은 현재 조종사는 물론이고, 국토교통부 공무원, 항공사 운항관리사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2013년도에는 인천공항공사의 대학발전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학생들은 대부분 군 장학금을 포함한 다양한 장학금을 받아 부모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게 학과의 전통이다. 예를 들면 졸업 후 육군 헬기조종사가 되는 경우 1, 2학년에 육군장학생으로 선발돼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받는다. 졸업 후 육군 소위로 임관해 1년간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장교로서의 소양을 갖춘 뒤 육군항공학교에서 추가로 비행교육을 받고 육군 조종사로서 근무한다.

해군 조종사의 경우 해군 학사장교에 선발된 학생들은 4년간 장학금을 받게 되며 졸업 후 해군 소위로 임관해 비행훈련 과정을 거쳐 비행기 또는 헬기를 조종한다.
공군 조종사의 경우 통상 1, 2학년에 조종장학생 또는 공군 ROTC에 지원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과 비행실습비 등을 지원받는다. 졸업 후 공군 소위로 임관하며 초등,중등, 고등비행 과정을 거쳐 헬리콥터나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하게 된다.
군 조종사의 경우 의무복무기간을 마치면 일반 항공사에 취업할 수 있다. 본인의 적성과 희망에 따라 항공분야의 공무원, 운항관리사, 항공관련 연구소에도 취업할 수 있다.

비행교육을 위한 헬기는 미국 Robinson사의 R-22 헬리콥터 2대, ENSTROM사의 헬리콥터 3대, 벨헬리콥터의 12인승 헬기 등 모두 6대. 전천후 교육과 모의비행이 가능한 시뮬레이터도 2대가 있다. BELL-206 헬리콥터의 비행성능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FTD(Flight Training Device)와 미국의 Fly It Simulator다.

또 다른 장점은 대학과 산업체가 함께하는 충실한 인턴교육. 4학년 2학기에는 모든 학생이 다양한 헬기 관련 기관과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헬리콥터 운용에 대한 실무교육을 받는다. 주요 인턴 장소는 산림항공본부와 충남소방, 닥터헬기 등인데, 점차 늘어나고 있다.
헬리콥터조종학과 지원자는 항공종사자 1급을 받을 수 있는 신체조건과 기초영어능력을 갖춰야 한다. 많은 수험생들이 시력을 궁금해 하는데 2013년 이후 지정한 조종사 신체검사기관의 검진을 통해 시력교정수술(PRK) 적합판정을 받으면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됐다. 시력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헬리콥터조종학과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교육과정이 헬리콥터 조종만이 아니라 항공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항공산업 전체를 망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헬기조종을 하지 않고 국가기관과 공무원, 항공사나 군 전투기를 조종해야 할 경우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학과목을 편성해 놓고 있다. 많은 졸업생이 공군과 해군에서 헬리콥터가 아니라 전투기나 수송기 등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헬리콥터조종학과 교과목과 교수진의 우수성을 말해주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졸업생의 진로를 고민하는 교수진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최연철 교수는 헬리콥터조종학과를 개설한 주인공으로 학과장과 항공학부장을 거친 후 현재 항공산업대학원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항공분야에서 다양한 자문활동을 하며 급변하는 항공산업의 변화에 학생들이 적응하고, 취업률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은 생동하는 교육과정을 배우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이 학과는 교육부에서 선정한 항공인력양성특성화사업단의 구성학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100억여 원을 지원받는다. 학교 측은 이 돈을 해외비행교육과 국내 항공관련기관 탐방 등을 할 때 항공권과 체류비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런 지원을 통해 진로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실전 영어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또 다른 자랑거리는 미국과 한국에서 딴 자가용면허를 자랑하는 효도비행. 이 행사는 어버이날을 즈음해 부모님을 한서대 비행장으로 초대해 자신이 조종하는 헬리콥터(EN480B)에 모시고 아름다운 태안 안면도 상공을 비행하는 것이다. 그간 키워주시고 조종사로 만들어 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도 보여드리는 행사로 학과의 인기 있는 전통행사로 자리 잡았다.

헬리콥터조종학과는 입시 전형 ‘다’군이며 정원은 25명(수시 10명, 정시 15명)이다. 2016학년도 수시(학생부 40%+면접 60%) 합격자 성적은 2.2등급(지정교과 국어, 외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각각 2과목씩 총 8과목 반영). 정시(수능 100%)는 백분위 84.4였다.

서산=지명훈 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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