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첨단의 산실’ 국내 최고의 연구시설 갖춘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13시 32분


코멘트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이 학과의 중요한 연구소 중의 하나인 반도체 공정센터에서 실험에 몰두 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이 학과의 중요한 연구소 중의 하나인 반도체 공정센터에서 실험에 몰두 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반도체 과학기술은 국가 기반 산업으로 20여 년 이상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생활가전에서부터 첨단 기기에 이르기까지 이제 반도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최근에는 원자 한 개의 물리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나노과학(NT) 분야와 정보혁명의 기초가 되는 정보통신기술(IT), 에너지기술(ET), 생물, 의료공학 분야 등에도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따라서 분야별 전문 인력 수요도 끊이지 않는다.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궤를 같이하는 학과다.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는 1990년 국내 최초로 정부 지정 우수과학연구센터(SRC)로 선정되면서 집중 육성한 ‘반도체물성연구소’와 ‘반도체물성연구센터’를 기반으로 태어났다. 반도체물성연구소는 반도체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는 전북대 교수들이 대학의 잠재인력을 체계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이용하는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에서부터 IT와 연계한 분야,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LED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1990년대 전북대 연구 경쟁력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94년 대학원 과정을 설치해 연구를 선도하면서 전문인력 양성의 기반까지 닦았다. 교육부의 대학중점연구소, BK-21 핵심연구사업 등을 통해 화합물 반도체 분야에서 특화된 대학연구소로도 지정됐다. 반도체 학부과정인 반도체과학기술학과를 만든 것은 2002년. 이를 통해 대학-대학원-연구소의 연계를 만들었으며 이 학과는 반도체 분야 교육과 연구의 산실이 됐다. 한마디로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는 대학 교수진의 자발적인 연구 열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탄생한 학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학과는 화합물 반도체로 특성화된 국내 유일의 연구 중심 학과다.

2003년엔 서울대·경북대 등과 함께 산업자원부로부터 114억 원의 지원을 받아 ‘반도체공정연구센터’를 구축해 명실상부한 연구중심 학과로 발전하고 있다. 2009년부터 7년 연속 전북대를 대표하는 우수학과로도 선정됐다. 심규환 학과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의 국가이고 반도체 분야로만 특화된 학과는 전국적으로 매우 드물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학생 교육 분야에서도 기초 분야인 반도체물리학과, 응용분야인 반도체전자공학을 접목한 반도체과학기술분야를 특성화해 21세기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에너지기술(ET) 분야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융·복합 시대에 발맞춰 나노와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산업을 주도할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국내 최고의 연구시설과 100여 종이 넘는 장비는 실험실습을 중시하는 실무형 교육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의 교육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이는 대학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북대는 전공을 불문하고 글쓰기 기초, 비판적 사고와 논리, 시사영어 청취와 토론, 사회봉사, 한국사의 이해 등 ‘6대 핵심 역량’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1학년 교육은 교양과정이 중심이며, 2학년부터 본격적인 전공 중심으로 들어가 반도체공학, 반도체 물리학 등 반도체 분야의 뼈대가 되는 과목을 배운다. 3학년 2학기가 되면 기업 맞춤형 수업인 ‘반도체 공정 및 실험’을 전공필수로 가르치는데 이 수업은 졸업 때까지 계속된다. 학생들은 반도체물성연구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반도체 공정이나 소자 실험실습 등을 직접 익히면서 취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일할 수 있을 만큼 전문 지식을 쌓는다. 심 학과장은 “졸업생들이 많이 일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관계자들도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 졸업생이라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산업 현장에서 실제 쓰고 있는 장비 운용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모두 대학에서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과의 2015년 취업률은 61% 정도지만, 심 교수는 “취업한 졸업생들이 대부분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전문 연구기관이어서 취업의 질이 좋다. 졸업생들이 직장에서 성과를 내고 우리 역시 열심히 가르친다면 좋은 직장에 더 많은 학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취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기본(인성)+기술(전공)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든 학과의 커리큘럼에 대해 박건우 씨(3학년)는 말한다. “1학년 때 기초과목을 학습하면서 글쓰기나 비판적 논리, 토론 능력을 키우고, 2학년부터 전공 심화학습에 들어갈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반도체라는 특성상 진출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이 학과의 큰 장점이다.”

교수들은 대학차원의 제도인 ‘평생지도교수’를 통해 학생들을 자식처럼 보살핀다. 정기적으로 학생들과 만나 고민이나 진로에 관해 상담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심지어 졸업생들도 찾아와 인생사를 상담한다고.

학과는 대학 내에서 최고의 장학금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학과의 유망성, 탄탄한 교육과정, 교수들의 열정 덕에 반도체과학기술학과는 전북대의 대표선수로 정부 지원사업에 많이 참여해 왔고, 대학이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 LINC사업, 중점연구소 사업, 반도체연구기반 혁신사업 등을 따내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 학과는 이 사업에서 받는 돈들을 고스란히 장학금, 특성화 교육, 창업지원, 해외 탐방 등에 투자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학생을 키워내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이 학과 등록금은 학기당 213만3000원이었고, 학생들은 1인당 평균 150여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성적 미달자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나 학교가 주는 장학금이 가장 많지만 특별한 장학금도 있다. 교차 지원을 통해 문과에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 부진을 채워주기 위해 성적이 오르면 주는 ‘음영지역 장학금’이나 대학 특성화사업을 통한 에너지 분야 연계 전공 학생에게 주는 ‘에너지 융합인재 장학금’ 등이 그런 것들이다.

교수들의 면면을 보면 학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교수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은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학과의 질을 결정한다. 이 학과가 그렇다. 연구 중심 학과인 만큼 교수들의 화려한 성과가 학생 교육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학과장인 심규환 교수는 ESD와 전력반도체 분야의 소자를 개발하고 산업화하는데 성공했다. 또 특화 반도체 전문 업체인 ㈜시지트로닉스를 창업해 기술 개발에서부터 학생 실습, 창업 지원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LED 농생명 분야에서는 홍창희 교수의 활동이 돋보인다. 홍 교수는 2011년 199억 원의 대형 국책사업인 LED 농생명 융합기술연구센터를 유치해 연간 3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양성했고, 베트남 등에 LED 식물공장 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성과도 냈다.

공부하는 교수들 덕에 학생들은 더 다양한 미래를 꿈꾼다. 이 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광주과기원 석사과정에 입학한 신정호 씨의 말이다. “3학년 때부터 스스로 찾는 수업을 받았다. 교수님들은 모르는 걸 질문하면 즉답을 해주지 않고 내가 스스로 찾을 수 있게 유도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방법에 익숙해졌다. 이런 수업을 받으면서 반도체에 대한 공부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과기원에 진학했다.”

2017학년도 학부 입학정원은 31명으로 수시에서 15명 정시에서 16명을 뽑는다.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1단계 서류 100%로 4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성적 70%, 면접 30%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정시에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둬 4개 영역(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수학을 포함해 3개 영역 등급의 합이 지정 등급 이내여야 한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