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영국은 EU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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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서점가 점령한 브렉시트 관련 책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관계를 조명한 ‘EU 국민투표: 유권자들을 위한 가이드’(왼쪽 사진)와 영국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왜 떠나야 하는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관계를 조명한 ‘EU 국민투표: 유권자들을 위한 가이드’(왼쪽 사진)와 영국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왜 떠나야 하는가’.
현재 영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단어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다. 2013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영국인들은 이를 ‘정치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한데 막상 국민투표가 다음 달 23일로 다가오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런던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심각한 무역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내정 간섭”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관심은 정치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현재 영국에서 비자 없이 일하는 수많은 유럽인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은퇴해 물가가 저렴한 EU 내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많은 영국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한 신문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대표의 삼촌과 숙모가 브렉시트를 공공연히 지지했다며 정치인의 가족 내에서도 입장 차이가 극명함을 보여주었다.

이를 반영하듯 브렉시트 관련 책이 최근 영국 서점가를 점령하고 있다. 데이비드 차터의 ‘안녕, 유럽(Au Revoir, Europe)’이나 데이비드 토런스의 ‘EU 국민투표: 유권자들을 위한 가이드(EU Referendum: A Guide for Voters)’와 같은 책은 40년에 걸친 영국과 EU의 관계, 각 나라에 얽힌 이해관계를 폭넓게 전하고 있다.

3월 말 발간된 대니얼 해넌의 ‘왜 떠나야 하는가(Why Vote Leave)’는 제목 그대로 영국의 EU 탈퇴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이자 작가인 해넌은 EU는 이제 혁신이 불가능하고 각 나라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정치·경제적인 단합을 도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또 영국 법이나 의회의 결정보다 EU의 법과 판례를 따라야 하는 것도 현실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물론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더 이상 유럽 중심 국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겠지만 탈퇴로 얻는 자주적 위치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국의 유명 만화가인 키퍼 윌리엄스는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In or Out?)’라는 제목의 만화를 이달 15일 출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만화에서 윌리엄스는 EU를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부도덕한 기업들, ‘정신 나간’ 국수주의자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을 유머와 풍자를 섞어 묘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2월 출판 전문 잡지 북셀러에 따르면 출판계의 70%가 브렉시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대표 서점인 워터스톤스의 제임스 돈트 대표는 브렉시트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되면 출판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후폭풍은 당분간 영국 사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브렉시트#영국#유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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