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최원목]국민정서와 절차 무시한 대외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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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바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 걸까? 한 한국인이 다국적 자본(구글)에 맞서 공정한 게임을 통해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 알파고에 투입된 인력과 자본의 양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한국인에게 이번 바둑게임은 개인 대 거대 세력의 대결인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추진한 자유무역협정(FTA) 대외개방정책이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하고, 일본과의 전격적인 위안부 합의가 한일관계를 정상화시켜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될 것임을 강조해왔다. 그래도 다국적기업 제품에 밀리는 골목 상권의 안타까움과 한일 합의 사실조차 TV를 통해 알게 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절규에 대중의 관심을 빼앗기고 말았다.

정부가 대내외정책을 추진할 때엔 한국인의 정서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배려가 필요하다. 골목상권보호제도, 동반성장 관련 정책 등은 국제통상협정상의 내외국민 비차별대우 의무나 시장접근 보장 의무를 위반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통상협정 체결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이 적절한 유보(reservation)를 상대국에 제안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경우에도 협상 타결 직후에라도 피해자들에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나서 발표했어야 했다. 절차적 고려 사항을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타결한 한일 합의는 국내에서의 신뢰성을 잃어 국제적 이행에도 커다란 장애가 된다. 이는 정부가 우리 정서에 대한 고려 없이 외교정책을 추진한 데 기인한다.

정부는 간과하고 있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으로 볼 때 ‘지극히 감성적이고 때론 비합리적인 사고가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국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스스로는 이를 ‘역동적인 한국(dynamic Korea)’이라고 미화할지 몰라도 외국인들은 ‘변덕스러운 한국(volatile Korea)’으로 기억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고스란히 우리 외교의 비용과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민정서#대외정책#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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