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아동학대 사건 봇물, 현장은 신음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또 국민 모두가 통탄할 사건이 발생했다. 신원영 군 학대 사건이다. 장기 결석생을 조사하는 도중에 숨겨져 있던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견된다.

과연 우리나라의 아동학대는 근절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장 상담원들의 대답은 “아니요”다. 상담원들은 이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하나둘씩 직장을 떠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동학대 사례와 대책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현장에서 처리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은 업무 마비 수준이다. 일제 점검 이후 사례가 많아도 너무 많다. 1인당 동시에 관리하는 아동학대 사례는 60건이 넘는다. 이는 미국 기준인 15건의 4배 수준이다. 아동학대가 발견되면 아동과 부모에 대한 상담, 치료, 교육, 지원이 장기간 체계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급한 불 끄는 데 급급한 수준이다. 상담원들은 오전부터 새로 신고된 사례를 조사하고, 가정을 방문하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교육하고 치료해야 한다. 이들은 1, 2년간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학대 부모들을 만난다.

이러다 보니 현장 조사는 1년에 6만 건이 넘고, 서비스 제공은 30만 건이 넘는다. 욕설과 위협,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아동학대 사건은 1, 2년 전 사례들까지 겹쳐 점점 누적된다. 하루 종일 몇 개 시(市) 이상의 넓은 관할 지역을 돌며 가족들을 만나고 퇴근한 상담원의 일과는 밤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밀린 조사서와 일지, 법적 서류, 교육과 상담을 처리하다 보면 심야를 넘기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다. 여기에 새벽에 벌어지는 응급출동은 익숙하기까지 하다.

이 와중에 관리했던 사례들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은 고스란히 담당 상담원의 몫이 된다. 모두가 손가락질하며 상담원의 책임을 묻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큰일을 당하거나, 학대 행위자들에게 폭력이나 협박을 당한 상담원들은 사표를 낼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와의 전쟁이 선포되었지만 정작 현장에는 싸울 사람이 없다. 정부에 아동학대 근절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전국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 인구 10만 명당 1개인 최소 100곳 수준이어야 하고, 상담원은 기관당 30명이 돼야 한다. 이 기준은 최적이 아니라 기능 작동을 위한 최소 규모다.

아이들이 또 희생되기 전에 하루빨리 개입해야 한다. 이는 어른들의 의무이고 국가의 책무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아동학대#상담원#아동보호전문기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