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기자의 야구&]스프링캠프 대장정, 줄일 때는 됐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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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전지훈련을 스프링트레이닝(Spring Training)이라고 한다. 봄에 하는 훈련이란 뜻이지만 실상 우리 전지훈련은 추위가 절정인 1월 중순에 시작된다. 봄이 아니라 겨울 훈련인 것이다. 이웃 일본은 2월 초순, 미국은 2월 중순에 선수들을 불러 모은다.

메이저리그는 10일 정도, 일본은 20일 정도 손발을 맞춘 뒤 바로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반면 우리는 50일가량 땀을 쏟고 나서야 시범경기를 시작한다. 전지훈련에 ‘대장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양적으로 분명 과도한 전지훈련 방식은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시작됐다. 프로 의식이 희박했던 당시 선수들은 한 달여를 푹 쉬고 단체 훈련에 참가하는 게 관례였다. 근육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터라 하루 훈련 뒤 다리에 알이 배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선수가 많았다. 겨우내 음주와 과식으로 살이 불어서 러닝 중 토하는 선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1월 초중순 소집해 한 달간 강제로 체력 훈련(1차)을 해야 2월에 팀 훈련(2차)을 할 수 있었고, 그래야 3월 시범경기에 맞추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틀이 여태 유지돼 온 것이다. 미리 몸을 만든 뒤 훈련에 참가하는 미국과 일본 선수들은 전지훈련을 ‘실전의 시작’이라고 인식하지만, 우리만 ‘훈련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30여 년간 이어져온 이런 흐름도 이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체력 위주의 1차 전지훈련은 이제 필요 없을 것 같다”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호주에서 한 달 동안 전지훈련을 지휘한 김 감독은 “선수들이 몸을 제대로 만들어 놓고 단체 훈련에 참가한다. 미국처럼 소집 직후 곧바로 실전 훈련을 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두산 김승영 사장은 “구단도 똑같이 인식하고 있고, 또 다른 몇몇 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변화가 있을 거라는 얘기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프로 의식이 그만큼 성숙했고, 그 배경엔 돈의 위력이 있다고 진단한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수백억 원이 거래되고, 1군 선수 평균 연봉이 2억 원을 넘어서는 등 고액 연봉 시대. 선수들이 ‘훈련=돈’이라는 사실을 체감하면서 겨울에 노는 선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구인들은 이 문제를 다른 차원으로 보고 있다. 선수들에게 내준 그 돈 때문에 전지훈련 기간 단축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50일간 전지훈련에 들어가는 돈은 20억 원 이상이다. 그 일정을 절반으로 줄이면 10억 원 정도 아낄 수 있다. 고비용 시대, 게다가 야구단이 ‘운영’이 아닌 ‘경영’을 요구받는 시대에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게 못내 의심쩍다는 분위기다. 이런 맥락이라 전지훈련 단축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한다. 한 야구인은 “박병호와 김현수 등이 해외로 나가면서 KBO 리그 경기력은 몇 년간 분명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가운데 훈련 기간마저 줄이면 수준 향상이 어려워져 관중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들은 “비용 절감은 부수적인 문제라 품질까지 희생하면서까지 전지훈련 단축을 추진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30여 년간 아마추어식으로 진행된 우리의 스프링캠프. 그 선진화 과정이 공교롭게도 프로야구 군살빼기 흐름과 맞물려 불편한 시선 속에 놓여 있다. 2016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더욱 날카로울 것이다.

tou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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