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이 말하는 2016 화두]<4>과감한 도전과 실패 경험이 경제의 돌파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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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기업 규모가 크든 작든,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세계가 다 어려운 탓이라고 되뇌어 본들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루틴(routine)으로 여하히 탈바꿈할 수 있는지에 따라 기업의 순위도 바뀌고, 길게 보면 국가의 흥망성쇠도 나뉜다.

2016년 현재 한국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 대해서, 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의 프레임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또한 궁극적으로 바라는 한국 경제의 모습도 크게 의견이 다르지 않다. 즉, 세계를 놀라게 할 새로운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할 수 있는 경제, 이 꿈을 현실로 구현할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과 생산현장을 가지고 있는 경제, 이른바 혁신적인 경제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혁신경제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 유명한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와 신생 로켓발사업체 스페이스X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미국의 벤처사업가 일론 머스크의 사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머스크의 진취적 행동과 놀라운 성과는 최근 한국 산업계의 침체와 대비해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성공비결을 우리 산업계의 지배적인 루틴에 비춰 보면 흥미로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새로운 꿈을 과감히 시도하는 머스크의 기업가 정신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화석연료 기반 수송 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는 담대한 비전과 이 꿈을 담은 혁신적 제품 및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제안했다. 이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기업가 정신의 전형을 보여준다.

둘째, 아무리 창의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실현시키려면 핵심 기술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는 로켓발사나 소프트웨어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수십 년간 시도된 시행착오를 ‘축적’해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기업과 인재가 많다.

셋째, 로켓이나 전기자동차 설계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나는 로켓과 안전하게 굴러가는 전기차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견뎌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머스크는 몇 차례나 파산 직전까지 몰렸고, 미국 정부와 사회는 창의적 도전에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실패의 위험을 벤처자본과 공공구매의 형식으로 같이 부담해 주었다. 그 결과 현재 스페이스X는 80년 동안 변하지 않던 우주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고,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어 놓을 혁신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머스크가 만든 이 기업들 스스로가 이제 축적의 정점이 되어 또 다른 후속 혁신의 출발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기업가적 ‘도전’, 포기 없는 ‘실패’, 그리고 창의적 ‘축적’, 이 세 가지 요소의 선순환 관계가 머스크 사례의 핵심, 즉 혁신경제의 키워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산업은 또 다른 의미에서 혁신경제로 가는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즉, 내수 시장이 크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무수히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또 그만큼 많은 ‘실패’가 일어나고 있다. 나아가 그 실패의 경험이 국가적으로 ‘축적’되면서, 또 다른 시도의 밑거름이 되는 선순환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껏 시행착오를 생략하고, 선진국의 설계도를 받아 실수 없이 빠르게 적용하며 성장해 온 한국 산업의 루틴은 이제 그 한계에 도달했다. 진정한 산업 선진국으로 탈바꿈하려면 세 가지를 스스로 체크해봐야 한다. 제도적 특혜나 가벼운 아이디어가 아니라 담대한 꿈과 창의적인 개념으로 도전하는 기업가를 가지고 있는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시행착오를 축적하면서,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갖추게 된 글로벌 챔피언 기업과 장인을 길러내고 있는가? 우리 사회가 꼭 필요한 공공재로서 실패 경험을 귀하게 여기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조직문화와 사회적 위험 공유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도전, 실패, 축적은 한국 경제가 그동안 갖고 있던 키워드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난 200년간의 근대 산업역사를 보건대 이 세 가지가 오늘의 성장통을 극복하고, 진정한 산업 선진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흥망성쇠#시행착오#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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