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1>허세적 보여주기와 관음적 엿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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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공주형 한신대 교수가 ‘생각하는 미술관’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공 교수는 매주 명화 속 뒷얘기와 함께 사유의 기회를 제공해 드립니다.》
메리 카사트의 ‘검은 옷을 입은 오페라 극장의 여인’(1879년).
메리 카사트의 ‘검은 옷을 입은 오페라 극장의 여인’(1879년).
‘마음을 읽어 드릴까요?’ 행인들이 특별한 제안을 받습니다. 재미 삼아 몇몇이 수락을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구입 물품, 지불 유흥비, 연애 생활 등. 독심술사가 참가자들의 근황을 정확히 맞혔거든요. 독심술사가 유능해서가 아닙니다. 참가자들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구체적 사생활 때문입니다. 실제 상황은 아닙니다. 개인 정보의 온라인 유출 위험을 경고하는 벨기에의 공익광고 내용입니다.

허세적 보여주기와 관음증적 엿보기는 언제 시작된 걸까요. 적어도 근자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메리 카사트(1845∼1926)의 ‘검은 옷을 입은 오페라 극장의 여인’을 보면 말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에서 인상주의 미술가로 활동했습니다. 나폴레옹 3세 주도로 파리가 근대 도시로 탈바꿈할 무렵이었지요. 당시 파리엔 오늘날 블로그나 페이스북과 흡사한 성격의 공간들이 잇따라 출현했습니다. 오페라 극장도 그중 하나였어요.

오페라 관람은 인기 있는 여가 문화였습니다. 주요 관객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었습니다. 잘 차려입고 극장을 찾았지요. 특히 여성 관객은 짙은 화장과 화려한 장신구, 과감한 의상과 꽃 장식으로 한껏 멋을 냈습니다. 객석은 매력을 뽐낼 또 다른 무대였으니까요. 남성 관객도 오페라에만 관심을 두지 않은 듯합니다. ‘검은 옷을 입은 오페라 극장의 여인’의 맞은편 남성 관객을 볼까요. 객석의 여성 관객을 훔쳐보려고 성능 좋은 오페라글라스까지 동원했군요.

이 그림 속 상황이 낯설지 않습니다. 온라인 세상에 스스로를 전시하고 만족하는 몇몇 블로거를 떠올립니다. 남의 삶을 추종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몇몇 팔로어를 겹쳐봅니다. 타인 앞의 내가 흥미로운 볼거리로 간주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 앞의 타인이 가혹한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이 온전한 존재를 위한 진짜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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