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의원들, 출판모금 막히자 뒤로 노골적 후원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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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로비 수사뒤 후원금 줄자 지역구행사 지원요구 등 甲질

지난달 한 통신판매업체 대관업무를 하는 A 과장은 야당 소속 B 의원실 보좌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지역구에 마라톤 행사가 있으니 후원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A 과장은 “국회에서 각종 행사에 후원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해당 상임위도 아닌 의원실에서 뜬금없이 지역구 행사를 후원해 달라거나, 노골적으로 상품권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털어놨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국회의원들이 기업이나 산하 기관, 협회 등 유관기관에 비용을 전가하는 식의 ‘갑(甲)질’ 사례가 심해지고 있다. 편법 모금 창구였던 출판기념회가 열리지 못하고 입법로비 수사 여파로 후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자 일종의 ‘풍선효과’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단은 지난해 8월 이후 진행된 입법 로비 수사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출판기념회 책값과 축하금 3800여만 원을 받고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을 기소했다. 국회의 출판기념회 관행에 대해 “그동안 돈을 받고 법을 만들었느냐”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지도부는 ‘정치 혁신’ 차원에서 출판기념회 금지를 결의했다. 또 지난해 11월 새정치연합 전순옥 의원 등 여야 의원 4명에 대한 한전KDN의 ‘쪼개기 후원금’ 입법 로비 수사가 진행된 뒤 의원실의 후원금 모금도 타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2004년 제정된 ‘오세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원금제도 등 돈이 투입되는 통로를 열어 주되 투명하게 감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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