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미국의 입법로비와 정치자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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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편법 후원금 모금 甲질]
개인-기업-단체가 전문로비스트 고용… 권한남용 정치인은 예외없이 檢수사

미국에서는 다양한 이익의 정치적 반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 각종 단체가 전문 로비스트를 고용한다. 정치권에 입법 로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특정 정치인과 정당에 정치자금을 주는 길을 폭넓게 열어놓은 것이다.

로비스트 활동을 합법화한 것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그 대신 로비스트와 이들을 고용한 법률회사 등은 고객과 수임료, 로비활동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누가 누구를 통해 누구에게 입법 로비를 했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치권과 행정부 로비를 전업으로 하는 법률회사들은 전직 의원과 관료, 법조인 등을 고용해 연방 의회의 입법이나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고객들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한다. 이 회사들이 몰려 있는 워싱턴 거리의 이름은 ‘케이스트리트(K Street)’다. 이 이름으로 통용되는 로비업계는 상원과 하원에 이은 ‘제3원(院)’, 또는 입법, 행정, 사법, 언론에 이은 ‘제5부(府)’로 불리며 워싱턴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 총액 제한을 폐지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개인의 정치자금 제공 한도도 크게 완화됐다. 당시 판결에 따라 한 개인이 한 선거당 여러 후보에게 줄 수 있는 기부금 총액을 4만8600달러(약 5734만 원), 정당 기부금 총액을 7만4600달러로 제한했던 규정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한 개인은 특정 정치인에게 선거당 2600달러만 줄 수 있다는 제한만 지키면 여러 후보와 정당에 정치자금을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다. 직접 정치자금을 줄 수 없는 기업이나 노동조합 등도 특정 후보와 정당을 후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해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줄 수 있다. 물론 모든 명세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로비의 합법화와 정치자금 규제 완화는 미국 정치의 금권화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민의의 전당인 의회는 가진 자들이 만든 이익단체가 막대한 정치자금을 대가로 사익을 공익으로 포장한 법안을 사는 ‘장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작용을 완화해 주는 것은 강력한 수사 및 재판 제도다. 법을 어기며 돈을 받거나 사적으로 권한을 남용한 정치인은 가차 없이 검찰 수사와 재판에 넘겨진다. 민주당 중진인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61·뉴저지)도 오랜 친구인 안과 의사에게서 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올해 초 재판에 넘겨졌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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