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30>자주 몸져눕는 아내가 원하는 것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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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TV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장면 중 하나가 ‘머리 싸매고 누운 어머니’였다. 안 좋은 일만 생기면 몸져눕는다. 그럴 때마다 ‘정말로 아픈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속설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사실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특히 감정적으로 예민하기 때문에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그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집안 정서의 중심인 엄마가 자주 앓아눕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누군가로 인해 속이 썩는 아픔에는 모종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실망과 울화를 되새기느라 밤을 새우고 나면 몸이 축나기 마련이지만 그 상태에 머물며 스스로에게 심리적 벌을 준다. 급기야 식음까지 전폐한 상황이 바로 ‘머리 싸매고 누운 엄마’다. 그렇게라도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를 상대에게 전하려 한다.

프로이트는 저서 ‘애도와 멜랑콜리’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스스로 병에 걸려 그 병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 환자의 감정 장애를 유발하게 만든 상대, 그의 병이 목표로 하는 상대는 대개 환자 가까이에 있다.”

속이 썩어 아픈 몸은, ‘자기 처벌’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원인을 제공한 상대에게 복수하는 동시에 자기 의지를 관철해 내려는 일종의 유혹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보다는 남을 좌우하려는 의지가 강한 이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내가 앓아누우면 용서를 빌게 될 거야’ 하고 기대를 한다. 이런 기대는 또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확인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랑받지 못해 늘 아픈 엄마가 있는 집의 식구들은, 아픔을 지렛대로 삼아 가족을 죄책감으로 흔들어 대려는 엄마로 인해 행복할 여유가 없다. 물론 얼마나 사랑받아야 만족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이 든 어머니뿐만 아니라 팔팔했던 젊은이도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면 마음과 몸이 병들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건강한 대학생 126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부모의 애정을 얼마나 느끼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을 다시 불러 건강검진과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다”는 응답자의 91%가 알코올중독이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영향은 적었다.

반면 사랑을 아는 엄마는 그 원동력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점을 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먼저 줌으로써 소소한 마음을 자주 주고받는 성취를 이룬다. 작은 성취가 서로에 대한 인정과 소통을 낳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건강한 엄마가 아이에게 행복습관을 물려준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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