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후진국일수록 부패한 CEO가 실적 좋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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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성과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일반적으로는 부패한 CEO는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주주들의 이익을 해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패한 CEO가 회사 성과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CEO가 탈세하면 법인세 지출이 줄면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현금이 늘어날 수 있다. CEO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면 정부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갈 수도 있다. 청렴한 사회에서는 이런 행위가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CEO의 불법 행위가 회사 성과를 향상시킬지도 모른다.

맥심 미노로브 스페인 IE 경영대학원 교수는 CEO의 불법 행위가 회사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러시아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나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조사 대상 174개국 중 122위를 차지할 만큼 부패가 심한 나라다. 미노로브 교수는 1999∼2004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678만여 건의 교통법규 위반 사례를 활용해 모스크바 시민들의 개인부패성향을 계산했다. 이들 중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을 골라 CEO 개인의 부패성향을 판단하는 대용 지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들의 부패성향과 이들이 속한 회사의 성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CEO의 개인부패성향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경영성과가 우수해진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CEO의 개인부패성향이 1표준편차만큼 상승하면 수익이 연간 2.1% 증가했다. 이는 CEO의 불법 행위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부패한 CEO가 주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는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는 러시아처럼 부정부패가 만연한 국가에만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청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오히려 CEO의 불법 행위로 주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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