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공학교육 인증제’ 이대로 좋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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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2001년부터 도입된 공학교육 인증제는 시행 초기 국내 대학의 공학 학사학위가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도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공계 교수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 홍콩 등이 인증제를 도입해 서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 공학 인증제도는 1932년 시작돼 80여 년간 자국 공학교육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 공학기술인증원(ABET)의 인증제는 대학의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도입됐다. 성과 기반의 평가기준을 적용해 ABET가 큰 틀만 제시하고 각 학과는 프로그램 특성에 따라 스스로 성과를 정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하면 ABET는 이를 최대한 인정한다.

한국은 대학의 교육제도, 문화적 환경, 사회적 관습 등이 미국과 많이 다르다. 그런데도 80여 년간 미국에서 발전돼 온 제도를 그대로 모방해 적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지방 군소 대학들은 교수들이 잡상인 취급을 당하며 학생 모집에 나서는 마당에 인증제는 한낱 사치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또 한국 교수들은 대부분 주당 평균 강의시간이나 교수 대 학생 비율도 미국 교수들보다 훨씬 열악하다. 연구 업적 스트레스 역시 엄청나 교육에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증제가 성공하려면 평가기준을 현실에 맞게 다양화·세분화해야 한다. 각 대학의 교육 수준이나 환경을 무시한 채 한두 개의 잣대로 천편일률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공학교육인증원은 정부로부터 예산 일부를 지원받고 있어 정부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교과과정에 공학인증교양(MSC)과목 비중을 크게 줄이고 각 대학 실정에 맞는 교과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자율권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인증 졸업생들이 공기업이나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에 취업할 때 가산점을 주고 정부가 실시하는 기술사나 기사 시험 응시 자격요건을 인증 졸업생만으로 한정하는 등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제도가 아무리 순수하고 훌륭해도 관련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감대 없이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인증원과 대학 모두 서로 의견을 존중하면서 국내 대학 풍토에 맞는 인증시스템을 개발해 글로벌 공학 인재 육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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