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스포츠 마케팅에서 애국심은 ‘양날의 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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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선수와 손흥민 선수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나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 경기를 보는 스포츠팬이 많다. 유명 스포츠 리그들은 해외 팬을 유치하기 위해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친다. 자국 출신의 스타 선수가 해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지곤 한다. 이는 유니폼 등 해당 팀과 해당 리그의 프랜차이즈 상품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애국심이 강한 사람 중엔 해외 리그보다 국내 리그를 응원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국내 리그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애국심 강한 한국 야구팬들은 류현진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소속팀 LA 다저스의 상품을 구매할까? 아니면 반대로 한국 프로야구 리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저스 상품은 구매하지 않을까?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대와 미국 매사추세츠대 공동연구팀이 이런 연구를 했다. 이들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브라질 선수들에 대해 브라질 대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을 분석했다. 결과는 복합적이었다. 우선 애국심이 강하다고 해서, 혹은 특정 선수에게 관심이 많거나 적다고 해서 NBA 관련 상품을 더 구매하거나 덜 구매하는 경향은 없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가 만날 경우가 문제였다. NBA에서 뛰는 브라질 선수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애국심도 강할 경우 NBA 관련 상품을 사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반대로, 그 선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애국심만 강할 경우 구매 의지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스포츠마케팅에서 애국심은 양날의 칼이다.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다고 해서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 팀, 우리 리그를 무조건 좋아하리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LA 다저스는 류현진 선수 덕분에 현지 한인사회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는 한국 담당자까지 두고 야구장에서 ‘한국의 날’ 행사를 열 정도의 마케팅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포츠 팀도 외국인 선수를 용병으로만 보지 않고 그 나라 국민을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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