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03>명절이라는 해외여행 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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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성들이 막내이모나 큰누이 세대와 확실히 다른 점은 용감하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지난 주말부터 수많은 가정에 풍파를 몰고 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테러’부터가 그렇다. 가뜩이나 명절을 앞두고 부부 사이가 험악한데, 친구라는 여자들이 해외여행지에서 생중계 사진을 올리니 아내의 분노가 누구를 겨냥하겠는가.

남편으로선 아내의 친구들을 비정상으로 몰아붙일 수밖에 없다. “SNS에 사진 올리면 시누이나 시부모가 다 볼 텐데 뒤탈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겁대가리’ 상실한 것 아니야?” 그러나 곧바로 역풍을 맞는다. 그들의 남편이 능력자여서 걱정할 것 없단다.

이제 명절은 민족의 ‘해외 대이동’ 이벤트로 변해가는 듯하다. 올해 설의 경우,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휴가를 내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어 연휴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고 한다.

해외로 못 나가면 국내 여행지라도 가봐야 한다. 고향에 갔다가 여행지를 들러 귀경하는 이른바 ‘D턴’이 새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단다. 여행지를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알파벳 D와 닮아 ‘D턴’이라 한다는데 지난해 추석의 경우 전체의 39%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있다.

여성들이 특히 여행에 목숨 거는 이유는 그것이 ‘즐거움의 종합선물세트’이기 때문이다. 쇼핑부터 아기자기한 예쁜 볼거리, 낯선 사람들과의 어울림 속에 평소 접하기 힘든 맛있는 음식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기쁨이 있다.

명절 연휴는 여름 휴가철과는 달리, 맞벌이 부부의 일정을 맞출 필요도 없고 아이의 학원 스케줄도 없기 때문에 여성들이 더욱 선호한다.

특히 명절 연휴 해외여행은 여성들에게 두 배의 만족을 선사하는 ‘여행의 끝판왕’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통금시간 관리하에 자유를 갈망해온 그들로선 간만의 해외여행이 일상으로부터의 대탈출을 의미하므로 시원한 해방감을 느낄 만하다.

또한 다른 여자들이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힘겨운 명절 노동을 하는 와중에 자신은 외국에서 아름다운 판타지를 경험하고 있으니 승리의 여신이 따로 없다. 색다른 경험과 감성으로 채운 해외여행은 돌아와 친구들에게 자랑할 때 더한 기쁨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명절 연휴를 여행 기회로 보는 관점은 웰빙과 힐링 트렌드를 타고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 같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가 당차게 키우고 있는 딸만 해도 자기 욕망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으니 말이다.

남자들이 전 부치고 일손을 분담하는 것과 무관하게 명절 헤게모니는 여성들에게 있다. 앞으로의 명절 역시 어떤 모습으로든 그들에 의해 바뀌어갈 것이다. 차례든 여행이든.

한상복 작가
#명절#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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