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의 생각]<7>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들 모인 사회… 이만큼 돌아간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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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시장(市場)은 사회의 이상형에 가깝다


진화론은 사회를 살피는 가장 근본적인 틀이다. 모든 유전자들과 밈(meme·문화에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들이 환경에 적응해 온 결과가 이 세상이 진화해 온 모습이다.

진화론에서 말하는 환경은 흔히 우리가 ‘자연 환경’이라 부르는 것보다 훨씬 넓다. 물론 자연 환경은 생존의 기반이긴 하지만 개체들의 운명에 훨씬 중요한 것은 자연 환경보다는 같은 종의 다른 개체들이다. 같은 종의 개체들은 무엇보다 좋은 배우자들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개인이 살기 좋은 환경이란 것은 서로 자유롭고 대등하게 만나서 안전하게 협력할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은 그런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킨다. 낯선 사람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만나 자유롭게 거래하고 협력의 이익을 나누어 가지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거래란 무엇일까? 양 당사자들이 이익을 얻는 것이다. 손해 볼 일을 스스로 할 사람은 없다. 당연히, 시장에선 부패도 없고 정의롭지 못한 일이 나올 여지도 적다. 경제적 힘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때로 이익을 분배하는 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조건이 정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거래하면 된다. 통념과는 달리, 독점 기업의 횡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점이야 늘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유 시장에서 나온 독점은 고객들에 대한 우수한 봉사의 결과이므로 폐해가 적다. 자유 시장의 독점 기업은 새로운 기업들의 진출에 마음을 써야 하므로 횡포를 부리기 어렵다. ‘판을 뒤흔드는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 점점 빠르게 나오는 상황에선 독점 기업은 큰 문제가 아니다.

○ 정부와의 거래에선 시민들이 약자

이처럼 시장의 장점은 개인들이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의 거래에선 이런 자유가 없다.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와 거래할 때, 시민들은 다른 상대를 고를 수 없다. 오직 정부 관리들이나 국영 기업 종업원들을 상대해야 하고, 그들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그래서 시민들은 늘 약자다. 관리들의 횡포와 부패는 필연적이다. 정부의 구조와 관행에 큰 문제들이 있어도, 개선은 더디거나 시원치 못하다.

자유로운 거래들이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시장은 늘 빠르게 진화한다.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상품들과 서비스를 좋은 조건에 제공하지 못하면, 기업들은 도산한다. 한때는 국제적 명성을 지녔었지만, 어느덧 잊혀진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가.

여기서 근본적 중요성을 지닌 결론 하나가 나온다. ‘시장은 늘 사회의 이상형에 가깝다.’ 경쟁이 격심하고 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므로, 기업들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어야 살아남는다. 그런 기업들로 이루어지므로 시장도 효율적이다. 기업이나 시장에 추하고 비효율적인 면이 있더라도, 시장의 모습은 당시엔 최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진화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더딘 정부 부문은 사회의 이상형에서 멀다.

우리는 시장이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경제의 작동에 필요한 지식들은 거의 다 시장 안에 있다. 정부가 따로 모아 지닌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사회의 운용에 필요한 지식을 모으더라도 그것은 아주 소략한 지식에 지나지 않는다. 수시로 바뀌는 개인들의 욕구와 그 욕구를 충족할 길을 정부가 무슨 수로 알아내서 한데 모으겠는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사회주의 체제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무너졌다.

○ 물고기 몸은 물이라는 환경에 대한 지식의 구현

실은 시장의 모습 자체가 소중한 지식이다. 생명체들의 몸은 진화를 통해서 얻어진 지식이다. 예컨대, 수중 동물들이 지닌 유선형의 몸은 수중의 물리적 환경에 관한 지식의 구현이다. 시장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이 늘어난 시장의 모습은 현대의 빠른 경제 발전을 구현한 지식이다. 기업들이 대부분 주식회사들이라는 것도 현대 경제에 맞는 기업지배구조를 찾은 덕분이다.

당연히, 우리는 시장의 모습을 소중한 지식으로 여겨야 하고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특질들도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있는 어떤 바람직하지 못한 특질을 바로잡으려면, 그것이 나오도록 만든 환경을 살피고 그런 환경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깨끗하고 정의롭고 활기찬 사회를 만드는 처방들 가운데 으뜸은 시장의 확대다. 역사적으로, 유럽에서 시민들의 경제 활동을 철저히 감독했던 중세 질서가 무너지고, 시민들이 상업에 활발하게 종사하기 시작한 것이 자유로운 근대 사회의 시초였다. 당시 상인들이 모여서 비교적 자유롭게 경제 활동에 종사하면서 도시가 자라났다. “도시의 공기는 자유롭게 한다”는 얘기는 그때 나왔다.

그 뒤의 역사는 시장의 확대가 자유와 재산권의 확립을 부르고 번영을 낳는 과정이었다. 시장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사회주의적 이상향에 대한 추구를 불렀지만, 사회주의가 실현된 20세기의 경험 역시 시장의 절대적 우수성을 거듭 보여주었다. 근년에 시장을 중시한 정책을 도입해서 빠르게 성장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경우는 그런 추세를 한결 두드러지게 한다.

세금과 규제가 늘어 정부 부문이 확대되면, 시장은 당연히 위축되고, 정부의 본질적 병폐인 부패와 무기력이 심해진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에 정부와 관련된 일자리가 제조업의 일자리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규제는 점점 강화되었다. 미국 경제는 점점 활력을 잃었다.

우리의 경우, 세금은 늘어나고 규제는 강화되며 재산권은 점점 허물어져서, 기업들은 큰 공장을 원하는 곳에 지을 수도 없다. 그럴 수 있는 기업들은 모두 해외로 나간다.

○ 분쟁이 많다는 것은 협력도 많다는 말

여기서 냉소적 물음이 나올 것이다. 시장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시장 경제에선 분쟁들이 그리도 많은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둘이다. 하나는 시장 경제는 자유로운 사회이므로, 분쟁들이 자유롭게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가 강제로 도입된 사회들에선(사회주의는 늘 강제로 도입된다) 분쟁들이 표출될 수 없다. 밖으로 나오기 전에 비밀경찰들이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분쟁이 실은 협력의 증거라는 사실이다. 상호적 이타주의에 따라, 사람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면서 이익의 배분을 둘러싸고 다툰다. 협력이 없다면, 분쟁도 없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분쟁들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천사들이 아니다. 제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이만큼 돌아간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도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크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자유 시장에서 나오는 소득의 불평등이라는 사실은 오롯이 남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다. 자유 시장은 경제를 발전시켜서 전체적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지만, ‘소득의 양극화’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심지어 그것이 자본주의를 위협한다고 진단한다.

(다음 글에선 커지는 소득 격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거래#자유 시장#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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