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민주국가일수록 다국적기업의 세금도 증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다국적 기업 중 상당수는 웬만한 저개발국가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큰 매출 규모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기업들이 세금을 어떻게, 얼마나 내는가의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저개발 국가에 투자를 많이 한 기업이라면 그들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이 기업들의 납세실적은 곧바로 정치적 관심사가 된다. 세계화가 가속화된 이후 낮은 세율을 가진 역외 지역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심지어 본사를 이전할 수 있게 됐다. 다국적기업들의 납세의무 준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5월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플은 유럽 지역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인 팀 쿡이 의회 청문회에 나가 해명까지 한 바 있다.

네이선 젠슨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국제연구’에 실은 ‘다국적 기업 조세와 국내 제도’라는 논문에서 국가의 민주화 정도와 다국적 기업 납세 수준의 관계를 조사해 발표했다. 미국 경제분석국의 조사자료를 통해 다국적 기업 해외지사 2만2000여 곳을 조사한 젠슨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 있는 해외지사들이 권위주의 체제에 있는 해외지사들보다 최대 26%까지 더 많은 세금을 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논문에서 “이는 민주주의 국가가 공평과세 원칙을 더 엄격하게 준수하기 때문”이라며 “다국적 기업에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면세나 감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권위주의 국가에서 조세 특혜가 비교적 용이한 이유는, 정부가 선거나 이익집단을 통한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는 재산권을 잘 보호하지 않고 부패도 심하다는 이유로 권위주의 국가를 ‘안 좋은 투자처’로 여기는 통념과 상반되는 결과다. 이 연구는 투자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각 국가 정치인들이 어떻게 자국의 단점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DBR 경영 지혜#다국적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