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이 만난 사람/김상곤]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예비후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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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공짜버스는 오해… 그래도 무상복지가 성장동력 확충해준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말실수를 하지 않았다. 논란이 되겠다 싶은 문제는 “생각해 본 적 없다. 필요하면 판단해보겠다”고 한발 뺐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분”이라는 한 논설위원의 말에는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만나기 전엔 뿔 달린 줄 알았다’고 하시더군요”라며 웃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말실수를 하지 않았다. 논란이 되겠다 싶은 문제는 “생각해 본 적 없다. 필요하면 판단해보겠다”고 한발 뺐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분”이라는 한 논설위원의 말에는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만나기 전엔 뿔 달린 줄 알았다’고 하시더군요”라며 웃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대표집필 신연수
대표집필 신연수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최근 몇 년간 교육계와 사회에 떠들썩한 논란을 불렀던 이슈들이다. 이 모든 정책이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에게서 나왔다. 그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무상버스 공약이 다시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에 대해 포퓰리스트라는 평가가 많지만 직접 대면한 느낌은 신중하고 요점 정리가 잘돼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거치며 대중운동에서 다져진 노련한 토론가의 면모가 비쳤다.

2일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와 동아일보 논설위원들의 집단 인터뷰는 겉으로는 점잖았지만 속으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다수당 후보 1번은 군사독재 잔재

―왜 도지사에 출마했나.

“한국 정치의 여러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고 정치인의 역할이다. 교수로서 대학과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교육감으로서 교육혁신을 하면서 갖게 된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을 비롯한 각 분야가 개혁되고 활성화되려면 정치 행정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교육감 3선 도전 기자회견까지 하려다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2월 말 도지사 출마를 결심하고 3월 12일에 출마선언을 했다. 졸속 출마 아닌가.

“고민은 그 전부터 했다. 교육감 5년 하는 동안 도의회에서 도정(道政)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면서 공부도 하고 경기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고민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출마를 권했는데 안 대표와 개인적 인연이 있나.

“전혀 없다”

―새 정치가 뭔가.

“국민의 눈높이를 파악하고 그 눈높이에 맞게 함께 호흡하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치다. 나는 거대담론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 삶의 현장에서 필요한 사안들을 파악해 어떻게 개선해 나갈까를 중심으로 구체적 정책을 펴려고 한다.”

―선거에서 다수당 후보가 1번을 차지하는 기호순위제가 군사독재의 잔재라며 폐지를 주장했는데 대안은 뭔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기호를 안 붙이지 않는가. 일본은 추첨으로 붙인다. 이 제도는 1969년 3선 개헌 이후 생겼다. 다수당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전(前)근대적인 제도다.”

―경기도지사로서 무엇을 하겠다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말한다면….

“‘더불어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겠다. 3+1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3은 복지공동체, 혁신, 일자리 창출이다. +1은 북한과 접한 경기도를 평화의 상징으로 발전시킨다는 공약이다. 가장 먼저 무상버스 공약, 그 후 혁신대학네트워크, 그 다음 ‘앉아 가는 아침’이라는 대중교통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도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면 교통문제가 가장 어렵다는 대답이 나온다.”

―김문수 지사의 도정을 평가해 달라.

“김 지사 열심히 했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재정 위기를 초래한 것은 방만한 경영 때문이다. 김 지사가 8년 하면서 조직이 많이 팽창했고 조직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예산 수립과 운용에서도 적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핵심적인 것은 6100억 원의 세입결손이다.”

―김 지사 측은 세입결손이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이지 자기들 탓이 아니라는데….

“지속적인 경기 하강 국면에서 그 정도 세입결손이 날 만큼 예측을 제대로 못했다는 게 문제다.”

―수도권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법들이 있고 현재 단계에서 ‘옥상옥(屋上屋)’ 규제도 있다. 그런 면들은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법 개정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국회에 청원하겠다.”

―한정된 재원을 갖고 일자리도 만들고 복지공동체도 만드는 게 가능할까.

“경기도 일반회계 13조 원, 특별회계를 합하면 본예산 기준으로 15조 원 정도다. 예산을 적정하게 배분하고 우선순위를 잘 설계하면 한꺼번에는 못해도 최소한 사회안전망에 필요한 건 할 수 있다.”

―무상버스 공약을 발표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도민 전체에 대한 무상버스를 떠올렸다. 그런데 정식 발표를 보니 노인, 장애인, 초중학생이 대상이다. 처음부터 논란을 일으켜 관심을 끌려는 ‘노이즈 마케팅’이었나. 아니면 검토해보니 불가능할 것 같아 후퇴했나.
박정희 전 대통령 존경하지 않아

“노이즈 마케팅 의도는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단계적 점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생각에서 ‘무상교통의 첫발을 떼겠다’고 했는데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오해한 것이다.”

―무상버스 공약 이후 대학입학금 무료, 노인 예방접종 무료 등 무상공약이 쏟아진다.

“이행 가능한 복지공약이라면 장려할 만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복지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22.1%인데 한국은 9.8%다. 고속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배분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배분하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왜 잘사는 집 아이들까지 공짜 밥을 먹어야 하나.

“한국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도 보편적 복지를 도입할 때가 됐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지난 총선, 대선에서 새누리당 측에서도 보편적 복지 공약이 많이 나왔다. 시대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복지를 확대하는 것과 보편적 복지가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다른 얘기다.

“모든 복지를 보편적으로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선별적으로 할 것은 해야 한다.”

―기자 간담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금도 그런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3선 개헌으로 인한 장기집권과 유신은 한국 정치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크다. 나 자신 고문을 당하고 박해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존경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지사가 된다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조정할 수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는 참배할 건가.

“아직은 생각해 본 적 없다. 필요하다면 판단해 보겠다.”
대통령 출마? 권유는 받았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분단 상태이니 건강한 안보의식을 갖는 것은 기본이다. 교육감 할 때 3군 사령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학생들이 건강한 안보의식을 갖도록 노력해왔다.”

―건강한 안보의식은 뭔가. 김 예비후보가 관여한 민교협 회원 중에는 2005년 인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주장한 교수도 있다.

“분단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것을 해결하려면 어떤 방식이 있고 어떤 방향이 적절한가를 서투른 안보 교육자가 아니라 군이 갖고 있는 안보의식을 기반으로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천안함 사건이 북의 폭침이라는 정부 발표 믿나.

“교육감 하는 동안 3월 26일 천안함 주기 행사에 꼭 참석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정부 발표와 다른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다른 후보들과 지지율 차이가 크다.

“나는 정치를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직은 내가 가진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앞으로 내가 가진 생각과 제시하는 정책을 도민들이 알게 된다면 달라질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교육감에서 도지사, 그 다음은 대권을 바라볼 거라고 한다.

“(하하 웃으며) 아니다. 생각해 본 적 없다. 2012년 시민사회에서 나에게 대통령에 나오라는 이야기를 하고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전혀 아니라고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생긴 후 교사들이 학생이나 부모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하는 교권침해가 심각해졌다는데….

“법으로 학교 내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가 122개국이다. 우리가 세계 10위권 국가라면서 학교 내에선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 전에 교권보호헌장을 먼저 만들어 공포했다. 교권침해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 상황이다. 차근차근 정착시킨 결과 경기도는 학교폭력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줄었고, 교권침해 사례도 많이 줄었다.”

―혁신학교에만 예산을 많이 투입하면 다른 학교들과 비교해 불공평한 것 아닌가.

“혁신학교는 특목고 같은 별도의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무너진 공교육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 정상화의 모형으로 만든 것이다. 2009년 13개로 시작해 이번 3월 1일자로 282개가 운영된다. 경기도 전체 초중고교 2300개의 14% 수준이다. 작년부턴 일반화 작업을 시작했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5, 6개를 합해 ‘혁신학교 클러스터’를 만들어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다 합하면 경기도 학교의 65%가 참여한다.”

“경기도는 무상급식 때문에 다른 교육 못한 것 없어”

―무상급식 때문에 재원이 부족해 학교 시설 개선도 못하고 여름에 에어컨도 못 튼다는 불만이 나온다.

“급식의 의미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 먹을거리는 생활이나 예의범절과 직결된다. 나이 드신 분들은 어릴 때 점심을 못 싸가서 겪은 일이 참 많다. 초중학교 의무교육 기간에 등록금이나 교과서는 다 무료인데 급식과 준비물만 각자 준비해야 한다. 이런 걸 의무교육에 맞게 무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기도는 매년 교육예산이 6000억∼8000억 원 늘어나 무상급식 때문에 다른 걸 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명박 정부 때 시국선언 교사들을 징계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을 거부해 직무유기로 기소됐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교사들이 앞으로도 시국선언하고 정치활동해도 좋다는 건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전두환 정부 때도 시국선언과 관련해 교사들을 징계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강제 징계를 하라고, 그것도 중징계를 하라고 해서 당혹스러웠다. 재판에 회부된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보고 하겠다고 했다. 거부한 게 아니라 유보한 것이다.”

대표집필 신연수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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