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흰밥-빵-糖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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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소비자경제부
김유영·소비자경제부
한때 탄수화물 중독자였음을 고백한다. 기사 마감할 때 과자 한 봉지는 기본이었다. 밥을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아 빵을 따로 먹었다. ‘밥 배’와 ‘빵 배’는 따로 있다고 위안하면서…. 돌이켜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도 피곤했다. 야근이 잦아 집에 오면 눈 붙이기에 바빴고, 운동은 사치였다. 그저 단걸 먹으면서 ‘죄책감이 가득한 기쁨’을 조용히 즐길 뿐이었다.

동아일보와 강북삼성병원이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과잉 섭취하는 사람은 기자뿐이 아니었다. 탄수화물 중독 단계인 사람이 9.3%, 탄수화물 과잉 섭취 우려가 있는 사람이 55.2% 등 ‘탄수화물 위험군’이 전체의 64.5%나 됐다. 이는 우리 사회가 ‘탄수화물 권하는 사회’인 점과 무관치 않다.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데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밀가루 음식이나 단 음식의 섭취가 많아졌다. 여기에 ‘정신적인 허기’도 영향을 미쳤다. 스트레스를 탄수화물로 해소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도파민이라는 쾌락 호르몬이 나와 행복감을 준다. 주변 환경도 한몫했다. 간식은 떡볶이와 빵 등 탄수화물 위주가 허다하고 ‘좋은 탄수화물’인 현미밥을 따로 파는 식당은 거의 없다.

문제는 탄수화물 과잉 섭취가 각종 성인병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0세 이상의 당뇨병 유병률(특정 질병에 걸려 있는 사람의 비율)은 2011년을 기준으로 10.5%로 1971년(1.5%)보다 무려 7배로 뛰어올랐다.

뻔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식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 탄수화물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일상에 숨통을 틔워 탄수화물을 적게 먹도록 유도해야 한다. 탄수화물 덩어리 대신 야채 등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주변에 두면 금상첨화다. 실천이 문제다. 이는 혼자 풀기 어려운 문제다. 개인의 안녕을 위해 사회와 교육 차원의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밥·빵·당’(흰쌀 밥, 빵, 당분이 많은 식품)의 과도한 섭취가 건강이상을 불러오는 ‘탄수화물의 역습’이 눈앞에 닥칠 수 있다.

김유영·소비자경제부 abc@donga.com
#탄수화물#과잉섭취#성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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