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핏줄인데… 손가락질 받는 이방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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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 청소년들 ‘차가운 南’서 상처

17세 때인 2002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염광진 씨(왼쪽)가 16일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두리하나 국제학교’에서 드럼을 치며 초등반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다. 염 씨는 “같은 민족에게서 이방인 취급을 받을 때가 가장 괴롭다”고 토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7세 때인 2002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염광진 씨(왼쪽)가 16일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두리하나 국제학교’에서 드럼을 치며 초등반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다. 염 씨는 “같은 민족에게서 이방인 취급을 받을 때가 가장 괴롭다”고 토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다시 외국으로 떠나는 친구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요. 어디서든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건 똑같지만 같은 핏줄에게 손가락질 받는 게 더 화가 나거든요.”

16일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서울 서초구의 ‘두리하나 국제학교’에서 만난 염광진 씨(28)는 “혼자라는 소외감에 ‘차라리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2002년 당시 17세였던 염 씨는 북한을 탈출한 지 5년 만에 한국에 와서 학교에 입학했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지난해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대안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염 씨 이외에도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부모의 적응 실패 등을 지켜보며 한국 사회에 등을 돌리는 탈북 청소년이 적지 않다. 2011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온 유모 양(17)은 “작년에 대안학교에서 만난 친구 10명 중에 5명은 캐나다로 떠났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부모를 졸라서 타국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대안학교 관계자는 “학생 10명 중 2, 3명꼴로 영국 캐나다 등으로 떠나는데, 그곳에서도 적응을 잘 못해서 몇 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부모의 이혼, 생활고 등 탈북 가족들의 어려운 가정환경도 탈북 청소년들을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다. 두리하나 국제학교 관계자는 “탈북자 부모 중에는 이혼하거나 가정불화가 심한 사람이 적지 않다”며 “부모가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좌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는 탈북 청소년은 1992명으로, 4년 전인 2008년(966명)에 비해 1000명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이들이 정규 교육과정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탈북 과정에서 교육이 단절된 경우가 많아 학업 성취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에게 학업지도와 사회적응 교육을 제공하는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정부 승인을 받아 통일부에서 지원을 받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시설은 8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교육받은 탈북 청소년들은 통일코리아 시대에 남과 북을 이어줄 중요한 자원”이라며 “통일 준비 차원에서라도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윤아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 4학년
#탈북 청소년#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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