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리포트]위암-당뇨, 한번의 수술로 모두 잡을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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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65세 남성 환자가 진료실에 왔다. 10년 전부터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건강검진을 받다가 위암이 발견됐다. 이 환자는 얼마 뒤 위암과 당뇨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다. 몇 달 뒤 합병증으로 재수술을 받기도 했다.

당뇨의 치료효과는 적어도 6개월, 통상적으로 1년 정도는 관찰해야 한다. 이 환자는 현재 당뇨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수술이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고령의 암 환자는 흔히 고혈압, 당뇨병 같은 동반 질환을 지니고 있다. 당뇨병과 위암을 동시에 갖고 있을 때 한 번의 수술로 두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이제는 현실이 됐다.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주제다. 서구에서는 너무 뚱뚱해 수술로 체중감량을 해야 하는 초고도 비만 환자를 흔히 볼 수 있다. 서구의 당뇨은 대개 비만으로 인한 제2형 당뇨병이다. 그러다 보니 당뇨병이 동반된 고도비만 환자는 체중감량 수술을 받은 뒤 당뇨병이 치료되는 게 관찰됐다.

연구결과 체중감량 자체가 당뇨병을 낫게 하기도 하지만 체중과 관계없이 위 소장 등 장기를 변형하는 수술 자체가 당뇨를 낫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시행된 임상시험에서는 고도비만이 동반된 제2형 당뇨는 수술 치료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한국에서도 당뇨는 매우 흔한 질환이 됐다. 앞으로 환자 수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위암 역시 한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병이고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올라간다. 그러니 당뇨병이 동반된 위암환자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당뇨환자의 특징은 비만을 동반하지 않은 마른 당뇨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고도비만이 동반된 제2형 당뇨병에서는 수술 치료 효과가 입증됐지만 마른 당뇨병에서도 수술이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최근 필자는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했다. 위암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절제술은 기존의 방법과 동일하게 했고 위 재건술을 당뇨 환자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변형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최근 의학전문 학술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최승호 강남세브란스 암병원 위암클리닉 교수
최승호 강남세브란스 암병원 위암클리닉 교수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모든 환자들에게서 당뇨병이 호전됐고 이들 중 70% 이상은 당뇨약을 완전히 끊을 수 있었다. 당뇨약이 필요할 때에도 저혈당이 잘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약제로 조절할 수 있었기에 당뇨병 치료에서 흔히 보는 저혈당을 겪지 않아도 됐다. 수술 뒤 당뇨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방간 고혈압 등도 호전됐다.

그러나 마른 당뇨환자는 췌장 기능이 극도로 손상된 사례가 종종 있고 수술 뒤 극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이를 수술 전에 예측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게 아쉽다.

최근 여러 기관에서 이 수술법을 시행하고 있다. 많은 환자의 장기적인 결과를 분석하면 좀 더 나은 수술법을 개발할 수 있고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위암과 당뇨병을 동시에 앓는 환자는 새로운 치료법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최승호 강남세브란스 암병원 위암클리닉 교수
#위암#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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