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컬처 IN 메트로]어떤 고백도 품어주는… 120년된 힐링캠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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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우리나라 최초 서양식 성당… 방문객 ‘힐링’위해 본당 개방

지난해 방영된 SBS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등장한 약현성당. 120년 역사의 약현성당은 유럽 시골의 성당 같은 이국적이고
 소박한 모습으로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SBS ‘신사의 품격’ 화면 캡처·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방영된 SBS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등장한 약현성당. 120년 역사의 약현성당은 유럽 시골의 성당 같은 이국적이고 소박한 모습으로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SBS ‘신사의 품격’ 화면 캡처·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1·SBS)에는 바람을 피우다 들킨 이정록(이종혁 분)이 성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내에게 용서를 비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속 성당은 명동성당처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빨간색 벽돌로 된 아담한 건물이 첨탑을 이고 있는 형태의 성당은 유럽 시골의 오래된 성당처럼 이국적이면서도 소박하다. 높은 돔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유리창이 있는 성당 내부는 경건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아 편안한 분위기다.

이 성당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2010·KBS)에서 구마준(주원 분)과 신유경(유진 분)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촐히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나왔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SBS)에서는 차대웅(이승기 분)이 구미호(신민아 분)에게, 영화 ‘반창꼬’(2013)에서는 미수(한효주 분)가 강일(고수)에게 각각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현재 방영 중인 ‘돈의 화신’(SBS)에서도 이차돈(강지환 분)이 복수를 시작하기 전 기도하는 장소로 나올 예정이다.

이 성당은 서울 중구 중림동에 있는 약현성당(사적 제252호)이다. 중림동성당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명동성당보다 6년 앞선 1892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다. 로마네스크양식과 고딕양식이 어우러진 성당의 설계는 명동성당 등 당시 서울 지역 천주교 관련 건축에 앞장섰던 프랑스인 신부 코스트가 맡았다.

약현(藥峴)이란 말은 과거 이곳에 약초밭이 많았고 약재가 거래되던 언덕이 있어 붙여졌다. 이곳에 성당을 세운 이유에 대해선 중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의 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당시 성당 터 아래 서소문 부근에서 순교한 신도 44명을 기리고자 했다는 설 등이 있다.

긴 세월 동안 위기도 있었다. 1998년 노숙인이 본당에 들어와 불을 질러 건물 대부분이 불에 탔다. 1년 6개월에 걸쳐 복원 공사를 한 뒤에야 120년 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재 약현성당의 신도 수는 3000여 명. 역사가 오래돼 대를 이어 찾는 신도도 많다. 여기에 도심에서 지척에 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며 ‘힐링’을 하려는 이들과 촬영 관계자들까지 더해져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명숙 약현성당 사무장은 “본당은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돼 있고 본당 근처에 수풀이 우거진 동산과 산책길도 있어 ‘힐링’을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찾아볼 만한 곳”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중림동#약현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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