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케이스 스터디]“BMW는 도둑놈” 비난에 암행어사 된 사장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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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 1위 BMW코리아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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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서울모터쇼에 BMW그룹코리아가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난리가 났다. BMW그룹코리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BMW가 한국에서 곧 철수할 것이라는 루머도 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자동차회사 빅3 중 2곳이 파산할 지경이었다. 회사 입장에서 30억 원이 드는 모터쇼에 참가할 상황이 아니었다. 30억 원을 아낀 BMW그룹코리아는 그 대신에 그 금액의 10분의 1인 3억 원으로 BMW만의 모터쇼를 만들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건물을 하나 빌려서 7시리즈를 위한 라운지를 만든 것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민 라운지에서 고객들은 소파에 앉아 샴페인을 한잔 하며 영업사원들과 사업 이야기, 자동차 이야기를 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음악을 들려줬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BMW 차량이 전시된 방으로 옮겨 한 시간 동안 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마지막엔 시승 기회를 줬다. 한 번에 단 한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금까지 고객 800여 명이 다녀갔고 약 550명이 구매했다. 7시리즈의 평균 가격이 1억7000만 원이니 3억 원을 들여 약 935억 원을 번 셈이다. 》

한국에서 시작된 이런 식의 초우량고객(VVIP) 마케팅은 전 세계 BMW 지사들이 벤치마킹했다. BMW가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 고급 브랜드는 물론이고 대중적인 브랜드를 모두 물리치고 10년 넘게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성과의 이면에는 이러한 고객에 대한 성찰과 혁신이 숨어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4호(3월 1일자)에 실린 BMW그룹코리아의 성공 요인을 요약했다.

○ 고객의 요구 파악 위해 암행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은 2000년 사장 취임 후 주말마다 평상복을 입고 BMW 딜러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고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손님으로 가장하고 6개월 동안 350명의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딜러들도 김 사장의 얼굴을 잘 모를 때다. 일종의 암행어사였던 셈이다. 고객들은 다양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부품 가격이 비싸다며 BMW를 ‘도둑놈’이라고 부르는 고객도 있었다. 차를 고치러 왔는데 멀쩡한 곳을 건드리고 비용을 청구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진 고객도 적지 않았다. 김 사장은 그때 들었던 것을 하나하나 시정해 나갔다. 소량으로 들어오고 소량으로 관리하다 보니 비싸질 수밖에 없는 부품 가격을 내려보기 위해 인천에 대규모 부품단지를 세웠다. 관리 비용은 매년 조금씩 내려갔고 가격도 조금 낮출 수 있었다. 엉뚱한 곳을 수리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고객을 위해서는 수리하는 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어디를 어떻게 고치는지 보여줬다.

고객 불만을 듣고 ‘모빌리티 케어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BMW 고객이 차를 타고 다니다가 예기치 않게 개인 돈이 들어가면 100%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긴급 출동하는 것은 다른 자동차회사와 다를 바가 없지만 만약 긴급출동 후 즉각적인 현장 지원이 어려울 때는 한발 더 나아가 택시나 기차, 항공 등 대체 이동수단 또는 호텔 등의 숙박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자주 생기지 않기 때문에 비용보다 훨씬 큰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BMW는 이처럼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행동을 연구했다. 그리고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를 판매한 이후에 고객들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 한국의 틀에 갇히지 않다

1990년대 중반, 김 사장은 한 딜러에게서 “1등 차는 벤츠입니다. BMW는 2등이에요”라는 말을 들었다. 김 사장은 이후 비슷한 내용의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BMW 구성원은 물론이고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2등 BMW’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 사장은 왜 2등인지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을 구할 순 없었다. “그냥 옛날부터 그랬다”는 답뿐이었다.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이나 본인이 팔고 있는 물건에 대해서 스스로 2등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고객을 시장에서 설득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독일 출장을 갔을 때 경쟁업체 차를 빌려 아우토반에서 시승을 해봤다. BMW 차량의 성능이 뒤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차를 많이 팔지 못하는 건 마음가짐과 자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사장은 ‘제품에 자부심을 갖고 1등을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고 이런 자세는 BMW가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이 됐다.

BMW그룹코리아는 2007년 한 번 더 승부수를 띄웠다. 편의장치가 좋아진 새 5시리즈의 가격을 1900만 원 내렸다. 그 덕분에 5시리즈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김 사장은 가격을 낮춰도 좋다는 독일 본사의 허락을 받기 위해 1년 가까이 싸워야 했다. 독일의 BMW 본사를 비롯한 많은 구성원은 “한국 시장이 워낙 작으니 자동차는 적당히 팔고 적정한 이윤을 남기면 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수입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주어진 제품만 팔면서 이익을 조금 내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MW그룹코리아는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 시장의 한계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더 큰 꿈을 꾸었다.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렸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 끊임없는 혁신

6년 전 BMW 독일 본사 임원에게 김 사장은 자신의 평가 항목에 딜러의 수익성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BMW 독일 본사가 각국의 지사장을 평가하는 항목에는 판매 대수, 이익률 등이 있지만 딜러의 수익성은 포함되지 않는다. 딜러의 수익성은 본사에서 관심도 갖지 않는다. 하지만 김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자동차회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도매업체는 실적을 좋게 만들기 위해 제품 ‘밀어내기’를 하곤 한다.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딜러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김 사장은 밀어내기가 BMW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본사 임원은 고민 끝에 3개월 후 전 세계 지사장들에게 사장들의 인사평가 요소에 딜러 수익성을 추가한다고 알렸다. 한국 사장이 엉뚱한 짓을 한다고 다른 나라 지사장들에게서 불만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에서 BMW 회사와 딜러들 간 믿음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 김 사장은 “덕분에 BMW는 2008년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제일 먼저 극복한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작은 한국 시장에서 BMW그룹코리아는 이같이 전 세계 BMW 지사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혁신 사례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김 사장은 “모두가 강조하는 창조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며 “남들이 안 보는 것을 현장에서 관찰하고 상상력으로 호기심을 불어넣고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창조”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4호(2013년 3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리얼옵션, 불확실성을 뚫어라

▼ 스페셜 리포트


이제까지 전략은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기업 안팎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미래를 예측해 대응하는 과정을 핵심으로 했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다른 기업과의 제휴나 개방형 혁신 등은 내부 역량의 범위를 넓혔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외부 환경은 미래 예측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불확실성을 피하거나 막으려고 하기보다는 전략 수립의 한 요소로 포섭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리얼옵션과 블루오션 전략, 직관과 창의력 등 불확실성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 수립 방법론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고객의 고객서 혁신의 길 찾자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오디션 열풍이 거세다.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랭킹도 발표되고 있다. 이런 순위 책정은 승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후발 주자들에게는 불리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랭킹 경쟁이 역전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소수나 약자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991년 설립된 홍콩과학기술대는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과 겨루기에는 힘이 약했다. 그러나 랭킹의 중요성을 전략적으로 파악했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해외 유수의 대학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학위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각종 경영대학원 집계에서 홍콩과학기술대의 순위는 크게 올랐다. 랭킹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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