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쟁론]갑상샘암 조기검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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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상샘암은 발병 후 10년 생존율이 99%라고 합니다. 발병한 지 20∼30년이 지나도 사망률은 5%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갑상샘암 발생은 1999년 3225명에서 2009년 3만1977명으로 10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진단 장비 보유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고 조기진단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생존율이 높은 갑상샘암 진단은 효과 대비 비용이 과다한 행위”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사망률이 낮다고 하지만 암은 발견이 늦을수록 위험하기 때문에 조기검진이 필요하다”라는 쪽 의견이 많습니다. 사망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조기검진을 통해 암이 발견될 경우 당사자로서는 수술을 안 할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갑상샘암 수술로 건강보험 재정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암 환자로 등록되면 환자는 의료비의 5%만 부담합니다. 갑상샘 암의 경우 2012년 건보 재정이 부담한 치료비만 2123억 원입니다. 갑상샘암 조기진단과 관련해 의견이 서로 다른 전문가 두 사람의 글을 받아 보았습니다. 민감한 건강 문제이다 보니 조기진단 신중론을 펴는 글은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용기를 내 주신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
▼ 치명적 암 변할 수 있어 조기발견해야 ▼

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
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이전에는 많지 않았던 유방암 대장암의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2001년에 유방암이 여성암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생활습관의 서구화와는 별 관계 없는 갑상샘암이 2004년에 유방암을 넘어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되는 암이 됐으며, 발생률이 해가 갈수록 증가해 조만간 우리나라 전체 암 중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갑상샘암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은 갑상샘에 보이는 결절에 대한 무분별한 세포검사에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암이 건강검진의 활성화 및 진단기술의 발달로 발견되고 있는 것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무문별한 갑상샘암 검진 및 검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0.5cm 미만의 작은 결절은 아예 세포검사를 하지 말자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검진의 기본 목적이 암이나 질병의 조기 발견 및 치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갑상샘 결절의 세포검사나 수술 여부를 단순히 암이나 결절의 크기로 결정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실제로 아주 작은 결절이라도 그 모양이나 내부 양상이 암의 소견과 일치한다면 크기와 상관없이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갑상샘암은 예후가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장 흔히 발생하는 갑상샘 유두암의 경우 1기에 치료받으면 10년 후 갑상샘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1.7%밖에 되지 않아 적절한 시기에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일부 언론에서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의 한 단면만을 소개해 갑상샘암의 치료에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갑상샘암으로 진단되더라도 거의 진행이 안 되고 예후가 좋아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의학계의 의견은 갑상샘암도 진단되면 되도록 빨리 치료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갑상샘암이 대부분 예후가 좋은 것은 조기에 발견돼 치료받는 비율이 높고,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린 것에 기인한다. 하지만 갑상샘암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낮지 않은 사망률을 보인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몸에서 가장 예후가 나쁜 암도 갑상샘에서 발생되는 미분화암(역행성암)이다. 역행성암은 갑상샘암의 1%를 차지하는 드문 암이지만 예후가 불량해 대부분 진단일로부터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이 암은 예후가 좋은 분화 갑상샘암이 대략 20∼30년에 걸쳐 여러 가지 이유로 유전자의 변이가 생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행성암 환자는 거의 70, 80대의 고령층인데 이전부터 갑상샘암이 있었지만 치료받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1차 예방은 암을 발생시키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차 예방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다. 위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예후가 좋은 갑상샘암도 시간이 경과하면 가장 공격적인 암으로 변할 수 있다. 2004년 모 일간지에 한국의 재벌들은 모두 폐암으로 사망한다는 글이 실린 적이 있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장들의 사망 원인이 대부분 폐암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 비해 흡연을 더 많이 하지 않았을 것이고 건강에 누구보다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는데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로 알 수 있는 것은 재벌들도 일반인과 똑같이 위암 대장암 등이 발생할 확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위암 대장암 등은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아주 간단한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 폐암은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어려웠고 조기에 발견되더라도 치료가 힘든 암이었다. 결국 조기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시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갑상샘암을 포함한 모든 암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 그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라 할 수 있다.

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
:: 필자 소개 ::

서울대 의대를 나와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충북 음성중앙성심병원 외과 과장, 서울 아산병원 외과 임상 조교수를 지냈다. 2010년부터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질병 위험에 비해 사회적 비용 너무 커 ▼

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
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
19세기 중반, 독일의 병리학자인 루돌프 피르호는 비정상적인 백혈구의 급격한 증식으로 백혈병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피르호는 암을 ‘건강한 세포가 이상 증식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암 덩이가 육안으로 확인되거나 거의 손에 만져질 정도의 종양이 발견되면 제거해야만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인식됐다. 정상세포가 악성으로 변화한다는 피르호의 발견은 ‘조기 검진’이라는 질병에 대한 현대적 의학 접근 방식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언뜻 모든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국가나 사회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손해가 될 수 있다. 전립샘암 검진에 사용되는 전립샘 특이항원(PSA)을 발견한 리처드 애블린은 전립샘암 검진은 “이윤 동기가 높은 의료서비스고 이는 공중보건학적으로는 재앙”이라며 검진 필요성을 부정했다. 갑상샘암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

먼저 갑상샘암 문제를 사회적으로 본다면 질병 위험에 비해 사회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국가 검진프로그램으로 도입하려면 사망률이 높아 질병 부담이 크거나 검진이 비용효과적일 경우여야 하는데, 갑상샘암은 2009년 총 진료비 1380억 원(입원 760억 원, 외래 620억 원)으로 다른 암종의 진료비 증가율보다 2, 3배 높은 수치를 보이는 반면, 사망률은 다른 암들의 3∼5% 수준으로 매우 낮다. 여기에 초음파 검진 비용 등 비급여 진료항목으로 국가통계에 잡히지 않는 진료비까지를 포함한다면 실제 총진료비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까지 갑상샘암 진료비가 증가한 원인은 지난 몇 년간 갑상샘암 발생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잠복기 질병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ARC) 통계에 따르면 182개국 중 우리나라 갑상샘암 발생률이 1위였고, 국가암발생통계에 의하면 1999년 3225명이었던 갑상샘암 환자가 2009년 약 3만1977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높은 발생률은 우리나라 진단장비 보유율이 전 세계적으로도 평균 이상으로 높고, 진료건수가 증가할수록 병원의 수익이 증가하는 현실과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갑상샘암을 정기적으로 검진해 찾아내는 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로움보다는 해로운 점이 많다. 건강한 사람들의 과진단으로 인한 ‘연쇄효과’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데, ‘연쇄효과’란 어떤 의료 이용 이후 이와 관련이 있거나 혹은 관련이 없는 무수히 많은 의료중재를 받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무수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갑상샘암 검진의 경우 건강한 사람들이 그 범주에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갑상샘암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방법은 갑상샘 전절제술, 즉 갑상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갑상샘은 갑상샘 호르몬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이 갑상샘 호르몬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꼭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갑상샘 전절제술을 받게 되면 갑상샘 호르몬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 또 수술 부작용으로 후두신경 손상으로 목소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목소리를 아예 잃을 수도 있고, 부갑상샘 손상으로 칼슘 부족이 발생해 손이나 얼굴이 저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설사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도 암을 지녔다는 것을 안 이후에는 생각만으로도 환자의 근심과 걱정은 커질 것이다.

아직까지는 갑상샘암 검진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근거 또한 부족하다. 갑상샘암의 치료 기준의 다양성, 갑상샘암 중 일부 암은 매우 치명률이 높은 점 등 갑상샘암 자체의 특성과 검진의 필요성은 논의의 출발점이 다르다. 갑상샘암을 국가 검진프로그램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검진과 치료에 투입되는 비용이 다른 대안과 비교해 볼 때 정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즉 개인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비용 대비 효과적이어야 한다.

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
:: 필자 소개 ::

충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의대에서 예방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의료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강증진종합계획 수립위원회 보건복지부 자문위원을 지냈다. 2007년부터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을 맡고 있다.

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
#갑상샘암#조기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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