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멘델스존, 거미 독 빼는 춤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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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무명 화가가 타란텔라 춤을 묘사한 그림. ‘1850년’이라는 제작연도가 쓰여있다. 동아일보DB
이탈리아의 무명 화가가 타란텔라 춤을 묘사한 그림. ‘1850년’이라는 제작연도가 쓰여있다. 동아일보DB
“이탈리아 남부 지방엔 타란튤라라는 흉측한 독거미가 있단다. 물렸다간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그런데 옛날부터 내려오는 치료법이 있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여서 땀에 흠뻑 젖을 정도가 되면 나을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이 거미에 물린 사람에겐 빠른 춤을 추게 했단다. 그 춤을 타란텔라라고 했어.”

이탈리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땀에 흠뻑 젖게 만드는 춤이라면 얼마나 빨라야 할까요. 오늘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참석할 관객은 어느 정도 그 실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악단이 연주할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마지막 악장은 이탈리아 남부의 빠른 춤곡인 ‘살타렐로’와 ‘타란텔라’ 리듬을 담고 있습니다.

이름이 다르지만 살타렐로와 타란텔라가 귀에 전해지는 느낌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빠른 3박자, 또는 이의 변형인 6박자나 12박자로 되어 있습니다. 멘델스존은 20대 초반 이탈리아 여행 중에 이 빠른 춤곡들을 듣고 강한 인상을 받아 이를 23세 때 작곡한 네 번째 교향곡에 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타란텔라는 리스트를 비롯한 다른 음악 거장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차이콥스키도 이탈리아 여행 중에 이 춤곡에서 감명을 받은 나머지 ‘이탈리아 기상곡’ 끝 부분을 타란텔라로 장식했습니다. 빠른 12박자가 등장하는 그의 마지막 교향곡 ‘비창’ 3악장도 타란텔라 춤곡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고전음악 하면 부유한 귀족이나 시민들의 보호를 받는 창백한 작곡가의 모습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처럼 고전 낭만 시대의 음악도 평범한 사람들의 춤곡이나 길거리 노래들과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타란튤라 거미 이야기에서 보듯 각국의 춤곡에는 흥미로운 뒷얘기도 많습니다. 이런 점이 고전음악의 역사를 풍요롭고 더 친숙하게 해준다는 데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에 빠른 3박자 춤곡이 많다 보니 유럽 사람들은 빠른 3박자가 나오면 반사적으로 지중해 연안의 강렬한 햇살을 연상하곤 합니다. 여기 흥미로운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1886년, 22세의 소장 작곡가였던 독일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탈리아에서 빠른 타란텔라 또는 살타렐로 풍의 ‘민요’를 듣고 강한 인상을 받아 이를 교향시 ‘이탈리아에서’에 녹여 넣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그는 뜻밖에도 루이지 덴차라는 이탈리아 작곡가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선율은 전래 민요가 아니라 덴차의 창작곡으로서 나폴리 베수비오 화산을 오르는 열차의 광고음악이었던 것입니다. 오늘날도 널리 불리는 이 노래의 제목은 ‘푸니쿨리 푸니쿨라’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멘델스존#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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